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사적 채용, 측근 불공정 인사 등으로 드러나고 있는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육상시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대통령실 직원 '사적채용' 의혹 등 정권의 인사 논란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지지율 하락세인 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원내 1당으로서 국정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연설의 절반가량을 인사 난맥상 등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드러내는 데 할애했다. 최근 문제가 된 '지인 채용'은 물론 장관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 검찰 출신의 요직 배치,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 등을 일일이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비선 수행' 논란 등을 겨냥해 "조용히 내조만 하겠다던 대통령의 부인이 대통령도 어쩌지 못하는 권력의 실세라는 말까지 나와서야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측근 비리는 정권뿐 아니라 나라의 불행까지 초래한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의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한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검찰 출신에 편중된 인사 문제도 성토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문고리 삼인방'에 빗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이른바 검찰 출신 '문고리 육상시'에 장악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강조했다.
행정부 장관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법무부, 행안부, 국정원 등 권력기관 정점에 한동훈, 이상민, 조상준 등 핵심 측근을 임명했다"며 "대한민국을 마침내 검찰 공화국으로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을 두고도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한 국민의 3분의 1이 지지를 철회한 것"이라며 "정권 말기의 레임덕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등을 쟁점화하는 것을 겨냥해서는 "정치 보복성 기획 수사와 구시대적 종북몰이로는 국면 전환에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오히려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한 수준의 더 큰 국민적 비판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눈에 띄는 점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한 민주당 정부 5년에 대한 겸허한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그는 "부동산 가격 폭등은 물론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등 국민 삶을 개선하는 데 부족함이 많았다"라며 "이중적 태도와 행보로 국민께 실망을 드렸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된 '오만한 태도'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편으로는 민주당을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규정하며 중도가 아닌 진보 의제·정책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도 비쳤다.
"법인세 감세로 국가 재정이 축소되는 일은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하는 등 세제 문제에 대해서는 여권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