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반도체' 장비 수입 3년 만에 줄었다…앞으로가 더 걱정 [뒷북비즈]

상반기 장비수입액 27% 급감
하반기 시장 위축으로 감소세 계속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ASML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올해 상반기 반도체 장비 수입액이 3년 만에 줄어들었다. 장비 공급망 마비로 인한 제품 수급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인데, 하반기부터 반도체 경기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장비 수입 규모가 감소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으로 들어온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68억 7975만 달러다. 지난해 94억 2273만 달러보다 25억 4298만 달러(26.98%) 급감한 규모다. 장비 수입은 2019년 메모리 반도체 불황을 이겨낸 뒤부터 꾸준히 오르다가 3년 만에 감소했다.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국내 반도체 생산 설비투자가 얼마나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은 생산라인에 설치된 제조 장비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첨단 장비 도입이 필수적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장비 수입 감소 이유를 글로벌 공급망 마비의 여파로 해석하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중국, 대만,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투자가 크게 늘어났다. 장비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장비를 들이고 싶어도 제때 들이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나는 셈이다. 최근 장비 발주부터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리드타임)은 최소 1년 이상 소요되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비에 활용되는 부품 구하기가 너무 어려우니 온라인 쇼핑몰에서라도 구매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토로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대형 반도체 회사도 장비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4월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장비 리드타임 이슈는 매우 실제적인 문제”라며 “사업 계획을 기존 일정보다 상당히 앞당겨 수립하며 대응하는 중”이라고 했다.


장비 수입 감소는 하반기에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하반기에는 상반기처럼 장비 공급난 때문이 아니라 반도체 시장의 불안으로 인한 감소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서 반도체 업체들도 설비투자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4조 3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었던 청주 M17 공장 착공을 미루기로 했다.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러지도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실적 발표회에서 기존에 계획했던 설비투자를 축소하겠다고 했다. 대만 TSMC는 장비 리드타임 증가와 재고 상황을 고려해 시설 투자 계획을 기존 400억∼44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인플레이션, 공급망 이슈, 수요 악화 등으로 2022년 하반기와 2023년에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설비투자 기조가 움츠러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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