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001500)이 증권 업황 악화에도 2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글로벌 긴축 강화와 증시 침체의 여파로 증권업 전체가 ‘실적 쇼크’에 직면했지만 보유 채권을 줄이는 등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2분기 매출 3428억 원, 영업이익 48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1%, 14.5% 증가한 수치로 2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다. 이날 현대차증권은 전날보다 190원(1.93%) 오른 1만 50원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달 21일 이후 한 달 만에 1만 원 선 복귀에 성공했다.
현대차증권은 기업금융(IB)에서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이 유효했다고 분석한다. 2분기 IB 부문 순영업수익은 560억 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을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차증권은 1분기 송도H로지스물류센터를 매각한 데 이어 2분기에도 용인남사물류센터 딜에 성공하면서 큰 수익을 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분양 시장 침체를 예상하고 물류센터·오피스와 같은 임대 가능 자산을 중심으로 부동산금융 포트폴리오를 미리 조정했다”고 말했다.
선제적으로 보유 채권 규모를 조정하면서 손실을 최소화한 점도 유효했다. 글로벌 긴축 기조 강화로 4월 이후 채권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대다수 증권사들이 보유 중인 채권의 평가 금액 하락으로 상반기 이익에 큰 타격을 입은 반면 현대차증권은 리스크 방어에 성공한 것이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6월 말 기준 보유 채권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14.2% 줄었다”며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스프레드, 차익 거래 등 보수적인 운용에 집중해 급격한 금리 변동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은 최병철 대표의 선제적 리스크 관리 및 수익 다각화가 결실을 얻었다고 평가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차를 거쳐 현대차증권 대표로 선임된 최 대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대표적인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경쟁 우위에 있는 사업 부문뿐 아니라 그 외 사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도 힘써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는 증권사들을 위주로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관측하고 있다. 2분기를 저점으로 매크로 환경이 개선되고 개별 기업의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주가 반등 시점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 업종 14개로 구성된 KRX증권지수는 지난해 5월 고점(2355.47)을 기록한 후 이달까지 30% 넘게 감소하면서 줄곧 하락세를 나타냈다. 박혜진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대부분의 증권사가 채권 쪽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상반기 어닝 쇼크가 발생했는데 별다른 상승 모멘텀이 없었다”며 “다양한 악재는 주가에 반영돼 3분기 중 금리 추세에 변화가 생기면 뚜렷한 모멘텀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