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30년 이상 노후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다. 재건축 대비 상대적으로 사업 절차가 간단하고 공기가 짧은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 편의성을 개선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전국에서 아파트 노후화율이 가장 높은 대전이 성공적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할 경우 다른 광역단체에도 롤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전망이다.
21일 대전시에 따르면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서구 둔산동을 중심으로 한 리모델링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둔산지구에서 국화아파트(2910가구), 녹원아파트(1200가구), 황실타운아파트(1950가구)가 리모델링 추진에 나섰고 인근 유성구 전민동의 엑스포아파트(3958가구)도 가세했다.
대전시와 자치구도 리모델링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는 지난해 4월 공동주택 리모델링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15년 이상 경과된 아파트에 대한 리모델링 기본계획용역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각 기초단체장도 재개발을 주요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은 “올해까지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가능하도록 대전시장과 협의 후 대전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해 현행 용적률을 250%에서 300%까지 완화할 예정”이라며 “이후 둔산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도 변경해 둔산권 내 층수 제한 완화와 용적률 상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은 전국에서 준공 2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대전은 57.33%로 전국 아파트 노후화율 1위를 기록했고 광주 54.33%, 부산 52.30% 순으로 나타났다. 현행 국토계획법상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최대 300% 용적률로 개발이 가능하지만 대전은 도시계획 조례에서 25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둔산지구 아파트 단지의 용적률은 230%이내에 머물고 있다.
둔산지구 주민들은 대전시에 용적률 완화와 재개발 추진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관련 법규와 주민들의 이해관계 등으로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달 9일 출범한 대전시공공주택리모델링연합회에 주요 아파트단지가 잇따라 참여하면서 지역 숙원 사업인 아파트 리몰델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전 지역에서 최초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국화아파트의 경우 현재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이 52%를 돌파하며 리모델링 사업을 위한 준비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용적률이 300%로 완화될 경우 수평·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국화아파트는 2910세대에서 3346세대 단지로 확대된다. 황실타운아파트도 1950세대에서 2242세대 대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일부 단지는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선택하며 입주민 동의를 구하고 있다. 1991년 11월 준공된 가람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최근 재건축 추진을 위해 준비위원을 모집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한양공작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소유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참여자의 93%로부터 찬성 의견을 받았다.
이승근 대전시공동주택리모델링연합회장은 “리모델링의 불모지였던 대전에서 현재 10개 정도의 아파트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하거나 준비하고 있어 지역 숙원 사업인 노후 아파트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관할 지자체가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속도감 있는 인허가 절차에 나설 수 있도록 조합원들의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