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물가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19 직전 8.6%에서 코로나19 이후 10.0%로 확대됐다. 물가가 임금 상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임금이 1%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6% 뛰었다. 최근 대기업 등에서 큰 폭의 임금 인상 요구가 잇따르고 있어 임금발(發) 물가 상승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1일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3.2%에서 4.5%로 상향했다.
치솟는 물가를 반영한 어느 정도의 임금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노동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과도하게 임금을 올리면 ‘임금·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급격한 임금 인상으로 인한 물가 폭등은 수요 위축과 생산 감소를 초래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임금이 1% 오르면 생산이 0.8% 줄어든다는 것이 한경연의 분석이다. 지난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1.7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2011~2021년) 상장사 직원 1인당 평균 연간 총급여는 5593만 원에서 8016만 원으로 43.3% 급증했다. 같은 기간 1인당 매출액 증가율 12.5%의 약 3.5배에 달한다.
노동생산성 증가보다 더 빠르게 임금을 올리면 인플레이션이 증폭되고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물가가 오르면 실질임금이 감소해 임금 근로자의 주머니도 얇아진다. 물가 상승 압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경쟁적으로 임금을 올리는 것은 모두 패자가 되는 길이다. 노사가 지나친 임금 인상을 자제하면서 생산성을 끌어올릴 방안을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회사와 일자리 모두를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