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러, 아프리카서 영향력 확대는 새 안보 위협"

"광물자원 분야서 밀려날 수도"
사령관 후보자 청문회서 경고
日언론 "원전시장도 입김 커져"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이 이집트에 건립하는 ‘엘다바 NPP 유닛1’ 조감도. 러시아는 이집트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의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로사톰 홈페이지

미국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점차 확대되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새로운 안보 위협 요인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국 상원 위원회가 아프리카 내 러시아의 행보에 대한 군의 관심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아프리카 원자력발전 시장을 러시아와 중국이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열린 마이클 랭글리 미 아프리카사령부 사령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아프리카의 불안정한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미국의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사령관의 역할이 군사 임무뿐 아니라 외교와 관련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원들은 아프리카에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자원인 코발트와 같은 희토류가 많다는 점을 언급하며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면 미국이 아프리카 내 광물자원 분야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랭글리 후보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업무의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현재 아프리카 내 상당수 국가는 러시아와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달 아프리카연합 의장인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후 서방국가들을 대상으로 식량, 특히 곡물과 관련한 러시아 제재를 풀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식량 부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 아니라 서방의 제재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팀 케인 미 상원 의원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기아의 원인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며 “미국 지도자들은 ‘서사 전쟁’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급성장하는 아프리카의 전력 시장에서도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입김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집트가 이달 20일 러시아의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과 손잡고 현지 첫 원자력발전소 착공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프로젝트 비용의 85%에 달하는 250억 달러를 융자해준다.


아프리카에서 가동 중인 상업 원전은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소재의 단 한 곳에 불과하지만 나이지리아가 올 3월 400만 ㎾ 규모의 원전 프로젝트 입찰을 진행한 것을 비롯해 가나·에티오피아·잠비아·모로코 등도 원자력발전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로사톰과 양해각서 또는 협정을 맺은 상태다.


신문은 아프리카에서의 원전 협력은 러시아 입장에서 커다란 ‘무기’가 된다며 50개 이상 국가가 포진한 아프리카 대륙을 진영으로 끌어들이면 러시아의 유엔 외교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3월 유엔총회 특별 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난하는 결의문에 찬성한 아프리카 국가는 절반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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