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2046년까지 미국 텍사스주에 천문학적 규모의 반도체 시설 투자 계획을 세우면서 그 신호탄인 테일러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 착공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착공식이 열릴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재회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22일 국내외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은 현재 터 닦기 등 기초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행사 일정만 확정되면 곧바로 착공식을 해도 될 수준으로 준비를 마친 셈이다.
다만 착공식의 주인공인 이 부회장이 재판 일정으로 발목을 잡히면서 본격적으로 첫 삽을 뜨지는 못하고 있다. 애초 올 상반기 열릴 예정이었던 행사가 정치·사법적인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방미 계기를 마련하는 게 큰 과제다. 업계에서는 다음 달 15일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 발표 이후에야 이 부회장의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착공식 참석 시점도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윤 대통령의 미국 답방 일정과 테일러시 공장 착공식이 맞물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한미정상회담 관련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윤 대통령과 나란히 텍사스주를 방문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사실상 테일러시 공장 투자를 직접 끌어낸 바이든 대통령도 착공식에 참석할 공산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직후부터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를 강하게 압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해 4월 세계 주요 정보기술(IT) 기업 대표들이 참석하는 화상회의에 삼성전자를 초청하고 “우리의 경쟁력은 당신들이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달렸다”며 현지 투자를 강하게 주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5월 20일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방문을 택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테일러시 공장 착공식을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과시하는 장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이 늦어질 경우다.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은 단독으로 방미 계획을 세워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을 초청할 명분도 퇴색한다. 테일러시 공장 설립을 미룰 수 없는 상태에서 이 부회장이나 바이든 대통령까지 착공식에 참석하지 못하면 한미 반도체 동맹의 상징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테일러시 공장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약 22조 3200억 원)를 투자해 건설하는 최첨단 파운드리다. 이는 삼성전자의 해외 최대 투자액이다. 가동 시점은 2024년 하반기가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