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칙 강조하며 대화로 설득…정부, 강온 투트랙 전략 통했다

■ 대우조선 파업 종료
공권력 투입 등 강공 시사했지만
별도 중재안 제시없이 노사에 맡겨
화물연대 이어 평화적 해결 평가

20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하청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금속노조와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원청노조(오른쪽)가 서문(西門)을 마주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51일간 이어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22일 극적으로 타결된 데는 노사의 양보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도 주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노조의 불법행위에는 엄정 대응한다’는 원칙론과 노사 문제는 민간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강온 전략을 함께 쓰면서 효과가 극대화됐다는 분석이다.


하청노조 파업에 대한 정부 대응은 14일 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파업 중단 담화 발표를 기점으로 뚜렷하게 변화했다. 담화 발표 전까지 정부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담화를 통해 ‘선박 점거가 불법’이라며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나흘 뒤인 18일에는 행정안전부·법무부·고용부 등 5개 부처 장관이 ‘2차 담화’를 내고 공권력을 투입해 파업을 제지할 수 있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도 19일 파업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직접 공권력 투입을 예고했고 혹시 모를 충돌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졌다. 반면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도크에 철제 구조물을 만들고 농성 중인 하청노조 조합원을 만나 설득 작업에 나섰다. 1차 설득에 실패하고도 이 장관은 20일 하청노조를 찾아 다시 한 번 대화로 협상하자고 촉구했다. 한쪽에서는 공권력 투입을 내비치고 다른 한편에서는 ‘대화로 풀자’는 강온 전략을 쓴 셈이다.


정부는 이같이 투트랙 전략을 병행하면서도 어느 한쪽에 유불리한 별도의 중재안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나서기보다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유도한 셈이다. 이는 노사 문제는 법과 원칙으로 풀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주문과도 일맥상통한다.


다만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사태가 국내 노동계가 지니고 있는 ‘원·하청 업체 간 임금 양극화’라는 고질적 문제만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51일 만에 사태가 일단락되기는 했으나 노동계가 지닌 이른바 ‘고질병’을 100% 해결하지 못해 언제든 노사 갈등의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만 확인했다는 의미에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발간한 대·중소기업 간 노동시장 격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1인당 월 임금을 100% 기준으로 중소기업 한 달 급여 수준은 1999년 71.7%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9년에는 59.4%로 급감했다. 20년 동안 양측 간 임금 격차가 커지면서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 절반 수준까지 추락한 것이다. 대·중소기업 사이의 양극화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파업이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정부가 노사 문제 해결을 위해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점은 앞으로 노정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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