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전날 나온 소셜미디어 업체 스냅의 실적 부진과 향후 채용 둔화 소식에 크게 흔들렸습니다. 나스닥이 1.87%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93%, 0.43% 하락했는데요. 스냅은 39.19%나 폭락했습니다.
어닝 시즌이 계속되면서 기업별로 미국 경기에 대한 엇갈리는 신호가 나왔는데요. 스냅은 기업들의 온라인 광고 감소라는 경기둔화 요소를 뚜렷이 보여줬지만 카드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소비가 굳건하다는 신호를 냈죠. 그동안 고용·소비 지표가 나왔을 때도 그랬지만 기업 실적에서도 경기침체냐 아니냐, 인플레이션 요인이 지속할 것이냐에 대한 상반된 내용이 나오는 것이죠.
하지만 유럽의 7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4로 50을 하회한 데 이어 미국의 PMI도 좋지 않았습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건데요. 오늘은 주요 기업 실적의 함의와 증시 전망, 월가에서 보는 향후 금리인상 경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 오전 미 경제 방송 CNBC에 “(최근 상황은) 안도랠리와 국채금리 하락이 겹친 것”이라며 “스냅 문제가 심각한데 앞으로 며칠이 향후 (증시의) 방향을 정하는데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는데요.
그는 스냅의 실적이 해당 기업을 뛰어넘는 의미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스냅의 이용자 기반은 크게 증가했지만 매출은 비슷한데 이는 사업에 무슨 일이 생기고 있다는 뜻”이라며 “우리 모두가 기업광고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고 있으며 이는 다른 업체들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위터도 2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는데요. 2분기 매출이 11억8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 쪼그라들었고 월가 전망치(13억2000만 달러)에 못 미쳤습니다. 지난해 6560만 달러 순이익을 냈지만 올해는 2억7000만 달러 손실을 냈죠. 트위터는 “거시경제와 관련한 광고산업 둔화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추진한 인수작업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실적이 안 좋았던 기업은 더 있습니다. 버라이즌은 생각보다 나쁜 2분기 실적에 더해 올해 연간 조정 이익 전망치를 주당 5.40~5.55달러에서 5.10~5.25달러로 조정했습니다.
지표도 우울합니다. 미국의 7월 구매관리자지수(PMI) 종합치가 47.5로 6월(52.3)보다 크게 떨어졌는데요. 특히 서비스업 지수는 47.0으로 전달(52.7)보다 5.7포인트가 급감했습니다. 월가에서는 53을 전망했었는데 하락폭이 큽니다. 50 밑은 위축을 의미하죠. 미국은 서비스업의 경제의 70%가량을 차지하는데요.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한때 연 2.79%대까지 떨어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2년 물은 2.98% 수준으로 계속해서 경기침체 예측을 이어갔죠. 엘 에리언 고문은 “유럽 등의 PMI를 보면 글로벌 경제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은 중앙은행의 정책실수 가능성을 높인다”며 “3~4달은 높은 물가수치와 가라앉지 않는 요인을 보겠지만 미국에서의 인플레이션은 피크에 도달했다고 본다. 인플레가 내려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성장이 둔화해 침체로 가고 있다는 게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인플레 문제를 조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피크 얘기를 꺼낸 것 자체에 의미가 있고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그럼에도 에리언은 경기침체라는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죠. 이 부분을 생각해봐야 하는데요. 크리스 윌리엄슨 S&P 글로벌의 수석 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이후의 서비스 분야 반등이 증가하는 가격 상승과 높아지는 금리, 나빠지는 경기전망에 위축국면으로 바뀌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경기전망의 주요 바로미터 가운데 하나가 은행이나 카드사 같은 금융사라고 말씀 드린 적 있는데요. 이날 나온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실적은 생각보다 탄탄했습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븐 스쿼리는 “우리는 소비를 보고 있으며 여행 예약수요가 강하다. 나는 우리 회사의 숫자에서는 경기침체를 보지 못한다”고 했는데요. “3분기나 4분기에 큰 경기둔화가 올 것이라는 것도 나로서는 이해가 어렵다”고 단언했습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순매출이 134억 달러로 전망치(125억1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올해 전체로는 전년 대비 23~25% 증가해 예상치(18~20%)를 웃돌 것으로 보이는데요. CNBC는 “스냅과 캐피털 원, 시게이트의 실망스러운 수치에 따른 (우려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상쇄했다”며 “투자자들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반대되는 것을 보여주는 또다른 예이다. 여행과 콘서트, 여가 등에서 사람들은 많은 소비를 하고 있으며 비즈니스 여행도 상당한 증가세가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기업 실적에서 엇갈리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데요. 인플레이션과 경기에 대한 전망도 그렇습니다. 어제만 해도 블랙스톤의 사장 존 그레이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끈적끈적할 것"이라고 한 반면 브라이언 모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CEO는 “인플레이션이 피크를 치고 있다”고 했죠.
서로 다른 얘기가 많을 땐 상황을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인 27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런데요. 금리인상 폭이야 0.75%포인트로 가닥이 잡혔지만 이날 무슨 얘기가 나올지,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남아있습니다. 다음 주 기업들의 실적도 좀 더 봐야하죠.
또 2분기 미국 GDP가 28일에 나오는데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에 따르면 -1.6%로 추정됩니다. 최소 기술적 경기침체 가능성이 있죠.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연말에는 지금보다 증시가 오를 것으로 보지만 계속해서 상반된 경제지표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요.
물론 인플레이션 측면만 놓고 보면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에 합의했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인데요. 흑해의 오데사 항구가 막혀 수백만 톤의 밀이 수출되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는데 이제 이것들이 나갈 수 있게 된 것이죠. 많이들 아시지만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 기름과 씨앗의 제1 수출국이자 세계 7월의 밀 생산국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휴전이 급격히 다가오는 게 아닌데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두고 휴전을 하는 것은 갈등을 더 크게 하고 모스크바가 재무장을 할 수 있는 기회만 줄 뿐”이라며 전쟁을 더 길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죠. 사실상 현 상황에서 휴전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겁니다. 반대로 러시아도 점령지를 병합하지 않고 돌려줄 가능성이 없죠.
이렇다 보니 에너지 가격 우려도 여전합니다. 다미엔 쿠르발린 골드만삭스 에너지 리서치 헤드는 “미국 휘발유 시장은 수요가 조정되고 있지만 핵심은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석유는 여전히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며 재고도 최저 수준”이라며 “우리는 경제가 급격하게 둔화하지 않는 한 다음 수주 동안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급격한 둔화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습니다.
관심이 큰 증시의 경우 그동안 월가의 주된 예상은 2분기 어닝에 문제가 있을 듯해 한번 더 바닥을 찍은 뒤에 올라가지 않겠느냐 이런 것이었죠. 물론 이 예측에 대해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리스크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구요. ‘3분 월스트리트’도 이런 위험 요인을 강조 드렸는데요.
어닝은 앞서 말씀드렸듯 엇갈리는 실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적 공포가 지나쳤다는 말도 있었구요.
하지만 아직도 올라가기 전에 내려갈 것이라는 분석이 많죠. 올해 후반기든 내년이든 만약 침체가 온다면 시장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준금리를 예상(1%p)보다 덜 올리고 실적은 전년보다는 나쁘지만 예상보다는 좋은 지금의 한동안만 증시가 좋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간을 좀더 넓혀보면 리스크 요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엘 에리언 고문은 시점은 밝히지 않은 채 “S&P가 4400(10% 상승)이 되기 전에 3600을 먼저 갈 것으로 본다”며 “경제는 둔화하고 있으며 연준이 금리인상의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는 이미 꽤 늦은 상태일 것이다. 그 결과는 기업 어닝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봤죠.
낙관론에도 여러 조건과 제한이 달립니다. 루트홀츠 웰스매니지먼트의 짐 폴슨은 "연준은 아마도 한 번 정도 더 금리를 올릴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연준이 인상을 그만할 것이라고 믿고 침체 우려에 채권금리 상승이 둔화하면 하반기에는 꽤 좋은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는데요.
추가 상승을 점치지만 말 자체가 경기침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침체가 오더라도 올해보다는 내년이며 그 정도가 약할 것이라는 예상이긴 할테지만요.
금리와 관련해서는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이 9월부터는 금리인상폭이 낮아질 것이며 향후 2년 내 침체 가능성이 48%라고 본다는데요. 블룸버그가 15일부터 20일까지 이코노미스트 4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연준의 금리인상 경로는 △7월 0.75%p △9월 0.5%p △11월 0.25%p △12월 0.25%p 등이라고 합니다.
당초 7월이 0.5%p였었지만 이것이 1%p까지 갔다가 다시 0.5%p로 내려온 것이죠. 9월부터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는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데요. 침체 전망 수치도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다만, 이들은 연준이 내년 초에 0.25%p를 한 번 더 올린 뒤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답했다는데요. 케이시 보스찬치치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강한 노동시장과 소비는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릴 수 있는 여유를 준다”고 했는데요. 제임스 나이틀리 ING 파이낸셜 마켓의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는 “주택과 중고차, 휘발유 가격이 안정되면서 내년 3월부터 인플레가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는 2분기 금리인하의 문을 열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내년 인플레 급락에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측면도 있을텐데요.
로리 칼바시나 RBC 캐피털 마켓미국 주식 전략 헤드는 S&P500의 연말 목표치를 4700에서 4200으로 낮추면서 “바닥찾기 작업은 시작됐다. 연말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금부터 그때까지는 역풍이 남아있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부터 연말까지의 역풍에 초점을 맞추고 싶은데요. 피크 주장 확산에도 인플레가 어떻게 될지 아직 모릅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에 “당장 증세를 해서 수요를 줄여 인플레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할 정도인데요.
스냅발 후폭풍도 더 봐야 합니다. 샘 스토발 CFRA 리서치 수석 투자 전략가는 “스냅은 실적 시즌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한 예이며 실적이 예상보다 좋거나 나쁘면 이에 대응해 가격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는데요. 다음 주는 빅이벤트가 많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월가의 관계자는 “클리어해진 다음에 움직여도 크게 늦지 않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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