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10월이면 인플레 잡힌다는데… 불안한 물가 전망

추경호 "10월까지 불안한 양상 보이겠지만
미국이나 유럽처럼 기조적 상승 없을 것"
국제 유가 꺾이고 침체 접어들면 하락 가능성
반면 환율, 전세계 가뭄 등은 물가 자극 요인


"6%대 물가 상승이 9~10월 까지는 이어져 불안한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단 물가가 6%를 넘어 미국이나 유럽처럼 기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 컨트롤타워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다 본 올해 물가 전망입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10월 까지는 고(高) 물가가 이어지다가 이후로는 상승세가 꺾인다는 뜻입니다.


하늘에서 비가 오기만을 바라며 농사를 짓는 천수답(天水畓) 식 물가 전망일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정부 당국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드는 근거가 있습니다.


우선 현재 모든 물가 상승의 '주범' 격인 국제 유가가 완연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3월 8일 배럴당 123.70 달러까지 치솟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21일 기준 96.35달러까지 떨어져 100달러 선이 무너졌습니다. 아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변수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전쟁에 대한 우려보다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서울의 한 시장 전경. 연합뉴스

올해 추석이 예년보다 이르다는 점도 주요 변수 중 하나입니다. 설이나 추석 때는 성수품 수요가 늘면서 전체 밥상물가가 덩달아 오르기 마련인데요. 이번 추석은 오는 9월 9일에서 12일로 잡혀 있어 예년보다 빠른 편입니다. 8월 말 9월 초까지 생필품 물가가 오르다가 이후 내려가는 양상을 그려볼 수 있는 셈입니다.


통계적 요인도 있습니다. 어려운 말로 표현하면 역(逆) 기저효과 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저효과는 비교기간 중 지표가 좋지 않았다가 수치가 높아지면 상승률이 높은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착시효과를 뜻합니다. 가령 지난번 중간고사에 평균 60점을 받았다가 이번 기말고사에서 70점을 받았다고 하면, 70점 자체가 절대적으로 높은 점수는 아니지만 점수 상승률은 16.6%에 달하는 식입니다.


10월 이후로는 반대효과가 예상됩니다. 이미 작년 말부터 물가 오름세가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시험 성적에 비유하자면 작년 말부터 평균 점수가 이미 80~90점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이번에 90점 이상을 받더라도 상승률 자체는 낮게 보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행이 '빅스텝(금리 0.5% 포인트 인상)'까지 단행하면서 이자비용이 불어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도 물가를 제한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환율 추이

다만, 불안 요소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우선 환율 요인입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달러 당 1300원을 돌파하면서 이 정도 라인이 새로운 환율 표준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그만큼 수입 물가가 상승하게 됩니다. 최근 환율 상승의 원인이 미국의 급진적 금리 인상에 기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물가의 주요 키를 미국이 쥐고 있는 셈입니다.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의 가뭄도 또 다른 변수입니다. 세계적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미국에서도 기록적 가뭄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옥수수, 콩, 밀과 같은 주요 곡물의 가격이 그야말로 폭등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곡물 값 상승은 사료값 인상 → 축산물값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우리 식탁을 위협할 전망입니다.



바닥 드러낸 미국 미드호 위성사진. 연합뉴스

물가 구조적으로 최근 외식 비용과 같은 서비스 가격이 오른 것도 부담입니다. 식료품 값은 수급에 따라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지만 한 번 오른 식당의 밥값은 다시 내리지 않는 게 일반적입니다. 물가를 구성하는 다른 품목들의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향후 서비스 품목의 물가 상승 기여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