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첫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유리지갑’ 직장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법인세는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나 깎을 정도로 대대적인 감면이 이뤄졌지만 소득세는 일부 과표 조정이 있었을 뿐 기본 틀에는 손을 대지 않아 ‘찔끔’ 감면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직장인들이 납부하는 근로소득세 부담은 매년 커지고 있다. 24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세 세수(稅收)는 총 50조 3353억 원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35조 675억 원과 비교해 43% 넘게 늘었다.
물론 이 기간 예상 밖의 고용 호조로 근로소득자 수 자체가 늘어난 영향도 있기는 하지만 최근 늘어난 일자리의 상당수가 정부가 만든 고령층 일자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수 확대의 주요 원인은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과 이에 따른 납세 금액 증가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지난 몇 년 동안 월급이 꾸준히 오른 반면 소득세 과세표준은 그대로 유지돼 사실상 증세 효과가 나타나면서 소득세 세수도 급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연봉 7000만 원을 받던 사람이 급여 상승으로 연봉 7500만 원을 받게 됐다고 가정하면 과세표준이 4600만~8800만 원(총급여 기준 7400만~1억 2000만 원) 구간으로 진입해 적용 최고세율이 기존 15%에서 24%로 껑충 뛰어오른다. 월급 인상분 이상의 초과 세금이 발생하는 셈이다 .
국내 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부장급 직장인 김민호 씨는 “월급이 오른 만큼 세금을 더 내는 게 맞다고 해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의사나 자영업자 같은 개인사업자들이 온갖 꼼수로 절세하는 것과 비교하면 벌이가 낱낱이 드러나는 직장인들의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개인사업자들이 주로 납부하는 종합소득세 세수는 2017년 16조 7839억 원에서 지난해 18조 975억 원으로 상승 폭(7.8%)이 근로소득세에 비해 훨씬 낮았다. 이 기간 코로나19 영향으로 자영업자의 매출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소상공인들에게 세금을 동원해 최대 수천만 원의 보상금과 지원금이 주어진 것을 감안하면 직장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과세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연봉 7800만~1억 2000만 원 이하 근로소득자들이 모두 54만 원의 세 감면을 받기 때문에 전반적인 세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입장이다. 소득세는 누진세 체계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과표 조정 혜택이 연봉 3000만 원(과세표준 1400만 원) 이하 저소득자를 제외한 전(全) 근로자들에게 적용된다는 의미다. 기재부는 올해 세제 개편에서 최저세율 6%를 적용받는 과표구간을 기존 1200만 원 이하에서 1400만 원 이하로 높였고 15% 세율을 적용받는 구간도 1400만~5000만 원으로 조정(기존 1200만~4600만 원)한 바 있다. 소득세 인하 효과를 보지 못하는 저소득 직장인들은 이번에 각각 늘어난 근로장려금 및 자녀장려금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직장인 식대 비과세 한도 확대(월 10만 원 → 20만 원)도 월급쟁이 근로자들에게는 유리한 세제 개편이다.
기재부 세제실 출신의 한 전직 고위 관료는 “경기 침체가 예고된 가운데 소득세 기본 구조까지 손대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소득세 과표를 물가에 연동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3~5년마다 한 번씩 조정하는 식으로 현실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과표 조정은 2007년 이후 15년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