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006280)가 영문 상호에서 ‘그린크로스(Green Cross)’를 뺀 데 이어 국문 상호에서도 ‘녹십자’를 빼고 GC 사명 체계를 전면화할지 여부에 제약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GC그룹은 2018년 그린크로스의 약어인 ‘GC’를 도입했지만 GC녹십자는 여전히 국문 법인명과 증시 종목명에 ‘녹십자’를 그대로 쓰고 있다.
24일 의약계에 따르면 GC녹십자가 국문 법인명을 바꿀 경우 업계 전반에 사명 변경 바람이 불 수 있을 것으로 제약업계는 보고 있다. 전통 제약사들은 여전히 창업 당시의 사명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중외제약이 JW중외제약으로, 광명제약이 휴온스로 이름을 바꾼 것 등을 제외하면 수십년 전 상호를 그대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GC녹십자라는 사명은 이른바 ‘커뮤니케이션 네임’이다. 법인명도 아니며 상장 종목명도 아니다. 국문 ‘상호’는 (주)녹십자이고 ‘상표’는 GC녹십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부르는 이름과 법인명이 다른 것은 현재가 과도기라는 뜻 아니겠냐”며 “법인명에서도 녹십자를 빼고 GC바이오파마 등으로 바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GC녹십자는 올 초 영문 상호를 바꿨다.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기존 영문 상호인 ‘그린 크로스 코퍼레이션(Green Cross Corporation)’을 ‘GC 바이오파마 코프(GC Biopharma Corp.)’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GC녹십자가 녹십자 또는 그린크로스라는 사명을 빼려는 이유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린크로스라는 이름은 민간 기업보다는 비영리 법인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 그린크로스인터내셔널이라는 환경단체도 있다. 731부대 출신 등이 설립해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고 1998년 사라진 일본 제약사 이름이 녹십자(미도리주지)인 것도 문제다. 그린크로스는 또 1차 대전 시기 쓰였던 독일의 화학무기를 일컫기도 한다.
때문에 제약업계는 GC녹십자의 영문 사명 변경을 국문 사명 변경을 앞둔 신호탄으로 보다. 회사 측은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영문 사명을 바꾼 것이며 국문 사명 변경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외 젊은 소비자와 외국 사업 파트너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새 사명을 도입하는 것은 모든 전통 제약사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사인 GC녹십자가 새 법인명을 도입할 경우 다른 전통 제약사들도 사명 변경을 진지하게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