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로 하반기 반도체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은 가운데서도 SK하이닉스(000660)는 꾸준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기존 제품의 품질 향상과 더불어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24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SK하이닉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35.67% 상승한 58조 333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대비 17.70% 오른 14조 6068억 원이다. 이 같은 실적 개선세는 2023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2023년 SK하이닉스의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 64조 2317억 원, 15조 1058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1분기 분기 사상 처음으로 매출 12조 원을 넘긴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 14조 4445억 원, 3조 946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각 39.94%, 46.46% 증가한 수치다. 특히 매출의 경우 처음으로 14조 원을 넘어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실적 발표는 27일 예정돼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시장 위축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급 균형의 급격한 악화로 인해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폭이 3분기에 8~13%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 올려 부진한 업황을 극복한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PC·스마트폰 등 소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향후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전략 제품들을 업계 최초로 개발해 출시하고 있다. D램 응용제품의 최신 모델인 ‘DDR5’ 출시가 대표적인 예다. DDR5는 현재 쓰이는 ‘DDR4’ 대비 데이터 전송속도가 약 2배 빠르고 전력 효율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DDR5의 가격은 기존 DDR4 대비 20%가량 높다. SK하이닉스 측은 “지난해 12월 D램 단일 칩으로 업계 최대 용량인 24Gb(기가비트) DDR5 제품의 샘플을 출하했다”며 “세계 최초로 DDR5를 출시한데 이어 1년 2개월 만에 최대 용량 제품을 선보이며 기술 주도권을 확고히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6월부터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차세대 D램인 ‘HBM3’을 공급하며 양산을 시작한 것 역시 긍정적이다. HBM은 ‘High Bandwidth Memory’의 약자로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속도와 성능을 높였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인공지능(AI)·머신러닝 등 고성능 컴퓨팅에 쓰인다는 점에서 성장성이 큰 제품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엔비디아에 공급을 시작한 것은 HBM3 개발 후 단 7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라며 “프리미엄 D램 시장에서 톱클래스 경쟁력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올해 2월 SK하이닉스는 데이터 저장 기능 뿐만 아니라 연산 기능까지 담당하는 지능형 메모리반도체인 PIM(Processing-In-Memory)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바닥에 근접한 반면 메모리 업황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 역시 투자 매력을 높이는 부분이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재고가 모두 소진되는 2023년 1분기쯤 메모리 업황이 상승 반전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이사는 “2023년 역사적으로 가장 심한 공급제약이 이어지며 내년 2분기 반도체 시장은 완연한 상승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 BNK투자증권 등이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12만 8000원~13만 5000원 선으로 잡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상승 여력이 22~25% 남은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SK하이닉스는 연초 대비 22% 하락한 10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