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수 아성' 텍사스, 총기·낙태에 흔들리나…공화당 3연임에 빨간불

유밸디 총기 참사, 낙태 금지 논란 이후
공화당 주지사-민주당 후보 지지율 좁혀져
"텍사스 잘못 가고 있다"는 주민은 59%
선거에서 공화당 3연임 제동 걸릴지 주목

그레그 애벗 미국 텍사스 주지사. AP연합뉴스

베토 오루크 미국 민주당 텍사스 주지사 후보. AP연합뉴스

보수 성향이 뚜렷한 미국 텍사스 지역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1995년 이후 줄곧 공화당이 주지사를 맡아 온 이 곳에서 최근 그레그 애벗 주지사와 민주당 소속 베토 오루크 후보의 지지율이 5%포인트 차이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텍사스 초등학교 총기 참사'가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낳은 데 이어 낙태 금지 법안까지 시행되면서 공화당에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커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주지사 자리를 놓고 이례적으로 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애벗 주지사와 민주당 소속 오루크 주지사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퀴니피악 대학이 지난달 15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3연임을 노리는 애벗 주지사의 지지율(48%)과 민주당의 ‘젊은 피’로 꼽히는 오루크 후보의 지지율(43%)은 단 5%포인트 차이가 났다. 지난해 12월 애벗 주지사가 52%, 오루크 후보가 37%의 지지율을 얻었던 것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차이가 크게 좁혀진 것이다.


이는 텍사스에서 최근 몇 달 사이 총기와 낙태를 둘러싼 논란이 크게 일며 공화당 소속인 애벗 주지사에게 타격을 입힌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낙태와 총기는 정치 성향을 가르는 첨예한 의제로 여겨지는데 공화당은 총기 규제와 낙태 합법화에 소극적이다. 이 가운데 5월 텍사스에서는 총기범이 초등학교에 진입해 총격을 가해 학생 19명과 성인 2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미국에서 30년 만에 유의미한 총기 규제 법안이 통과되는 등 엄청난 파장이 일었지만, 정작 텍사스에서는 사건 3일 후 전미총기협회(NRA)의 연례 총회가 개최돼 비판이 쏟아졌다.


텍사스에서는 낙태권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미 대법원이 임신 6개월 이전의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이후 텍사스주는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법을 시행했다.


그 결과 텍사스의 상황에 우려를 표하는 여론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이달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텍사스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최근 1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오는 11월 치러지는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오루크 후보가 이변을 일으킬지 주목되고 있다. 텍사스는 오래 전에는 민주당이 주지사를 독점하다시피 한 지역이었지만, 1995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주지사에 당선된 이후 계속해서 공화당에서 주지사를 배출해 왔다. 라이스 대학의 마크 P. 존스 정치학 교수는 "공화당은 '바이든 때리기'와 인플레이션 비판 전략을 주로 구사해 왔는데 텍사스에서 낙태와 총기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심화되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NYT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최근의 사건들이 민주당에 얼마나 호재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지지율은 가파른 물가 상승세에 발목이 잡히며 30%대로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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