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Why]인플레 헤지 수단인데…역대급 고물가에도 맥 못추는 金

"수익률 높다" 金보다 美국채 선호
이달 4.4% ↓ 온스당 1727.40弗
7월도 하락마감땐 4개월 연속 '-'
2020년 11월 이후 최장 약세
금리인상發 달러 강세도 영향
"연말까지 회복 어렵다" 전망
채굴업체 주가 한달간 7% '뚝'

타스연합뉴스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각광받아온 금값이 40년 만에 최악의 고물가 속에서 오히려 맥을 못 추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금 선물 가격은 이달 들어 4.4%(79.90달러) 떨어진 온스당 1727.40달러에 거래됐다. 이달 말까지 마이너스를 이어갈 경우 월간 기준으로 4개월 연속 하락해 2020년 11월 이후 최장 기간 약세 기록을 세우게 된다. 금 가격은 올 들어 5.5% 하락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7%)와 비교하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지만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의 명성에는 크게 못 미친다.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의 와중에도 금값이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정형 투자자들은 보통 금과 미 국채를 비교하는데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미 국채금리가 오르자 투자자들이 안전하면서 수익률까지 높은 미 국채를 더 선호하게 된 것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도 원인이다. 금은 보통 달러로 거래되는데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미국 외 국가에서 금을 살 때 그만큼 부담이 늘어난다. 투자회사 올드미션의 앤드루 레카스 상품부문장은 “사람들은 ‘금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왜 금을 보유해야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값이 떨어지다 보니 금 채굴 회사의 주가도 하락세다. 반에크 금광주 상장지수펀드(ETF)는 7월에만 7.2% 떨어졌고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금광 회사 배릭골드와 뉴몬트는 각각 13%, 14% 급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4.7% 반등했다.


시장의 추가 금값 하락 전망도 다수다. 최근 스위스 UBS는 금 선물 가격이 내년 6월까지 온스당 1650달러로 떨어질 것이라며 종전 전망치(1700달러)를 하향 조정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금값이 거의 역대급으로 치솟았던 올 3월에 비해 15% 낮은 가격이다. SVB프라이빗의 섀넌 사코시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의 정점을 찍었는데도 달러가 강한 상태라는 것은 연말까지 의미 있는 금값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온스당 1700달러를 밑돈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 미 국채금리와 달러 가치가 내려가면 금값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골드불리언전략펀드의 제이슨 티드 포트폴리오매니저는 “금이 수익률 측면에서는 뛰어나지 않았지만 포트폴리오의 다양성, 수익 변동성을 줄인다는 차원에서는 올해 꽤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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