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공개(IPO) 대박 기대감을 한껏 받으며 유가증권에 입성한 카카오뱅크(323410)의 주가가 올해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면서 당시 자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올해 들어 무려 48% 넘게 빠졌지만, 보호예수기간(1년)에 묶인 직원들은 속절없이 추락하는 주가를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다. 다음달이면 보호예수기간이 해제돼 주식을 매도할 수 있지만, 손실이 억 대로 불어난 탓에 이들은 주식을 손쉽게 내다 팔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카카오뱅크) 퇴사하고 우리사주 판 사람이 위너(최종 승자)", "손실이 1억이나 된다" 등 카카오뱅크 우리사주 수익률 관련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오후 1시 35분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3만400원으로, 공모가인 3만9000원보다 22.05%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6일 신규상장(IPO) 당시 자사주를 대거 사들인 임직원들의 손실은 억 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6일 유가증권 시장에 신규상장(IPO)했다. 당시 카카오뱅크 임직원들은 우리사주조합(배정 물량 20%)을 통해 청약에 적극으로 참여했다. 상장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우리사주 청약을 통해 큰 수익을 낼 수 있으리라는 부푼 꿈을 안고 있었다. IPO 과정에서 카카오뱅크는 플랫폼기업으로서의 성장성을 인정 받아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또 저금리 속 유동성 확대로 IPO에만 나서면 흥행이 이어졌던 분위기도 주가 상승세에 힘을 더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유가증권 시장에 입성한 지 9거래일 만에 공모가 대비 135%넘게 치솟아 종가 기준 고점(9만2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호예수기간이 상장 후 1년으로 묶여있는 탓에 정작 회사 직원들은 해당 시점에 차익을 실현하지 못했다. 최근 증시 침체로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이들의 손실폭은 점점 커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IPO 당시 직원 1인당 배정된 물량은 1만4481주다. 현 주가를 기준으로 수익률을 계산하면 직원당 약 1억 2000만 원의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약 2주 뒤면 카카오뱅크의 우리사주조합 보호예수 1년 기한이 풀려 직원들도 주식을 팔수 있게 된다. 그러나 손해가 억대 규모로 불어난 상황에서 직원들은 '눈물의 손절'(손해보고 매도함) 마저도 망설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대출을 받아 우리사주를 매수한 직원들의 경우 올해 8월 10일 이후 주식이 강제로 처분되는 반대매매 위기에 놓일 수 있어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주가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2분기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순이익을 냈을 것"이라며 "플랫폼 수익도 중장기 기대감은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의미있는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 역시 "카카오뱅크는 경쟁은행 대비 높은 대출 성장을 시현하고 있지만 당초 기대치 대비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기존 전망치에서 36.7% 내려잡은 3만8000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