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연기금 네덜란드 ABP는 '환헤지'…경제 상황따라 탄력 운용

[고환율 기름 붓는 국민연금]
◆해외투자發 '달러 매수' 봇물
☞해외 연기금은
美 최대연금 캘퍼스도 방어전략

국민연금이 환 헤지를 하지 않는 데 비해 700조 원(2020년 기준)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3대 공적연금인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은 해외투자 시 환 헤지 전략을 택하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국민연금의 적정 환 헤지 정책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국민연금과 운용 자산 규모가 비슷했던 ABP는 환 헤지를 해외투자에 적용하도록 하는 한편 경제 상황에 따라 헤지 비율도 결정하도록 유연성을 발휘했다.


ABP는 유럽 최대 규모의 연기금 중 하나로 투자가 대체로 해외 자산에 쏠려 있다. 네덜란드 국내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은 2019년 기준 약 8%에 불과했다. 2019년 당시 ABP는 미국 달러와 영국 파운드 등 4개국 투자 자산에 대해 일부 헤지를 실시했다.


미국 최대 연금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도 환 헤지 전략을 택하고 있다. 총자산 규모가 4420억 달러(약 581조 원)에 달하는 캘퍼스는 운용 자산(2020년 기준)이 공모 및 사모 주식이 50%를 넘고 채권 및 실물 자산 투자는 40% 안팎이었다. 캘퍼스는 ABP와 달리 환 헤지 비율을 고정하면서도 특정 통화에 대한 헤지 비율이 25%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2019년 기준 1500조 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 중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특정 통화에 투자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려 각 통화별 투자 비율을 정해 환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국민연금처럼 환 헤지를 하지 않는 대표적 해외 연기금으로는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가 꼽힌다. 캐나다 최대 규모의 공적 연금으로 2020년 기준 371조 원 이상을 운용했던 CPPIB는 전체 자산의 53%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고 실물 자산 투자 규모는 24% 수준이다. 다만 CPPIB가 환 헤지를 않는 환 오픈 투자 정책을 쓰는 것은 국민연금과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캐나다가 원유 등 원자재 부국인데다 캐나다 달러가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인 경우가 많아 헤지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지 않고도 환 위험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본공적연금(GPIF)은 환 오픈 형태로 해외 채권 및 주식의 투자 수익률을 책정하고 있지만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 공식적으로 헤지 규모나 투자 정책 방향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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