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 대부' 이끌고 민관은 밀고…매년 AI 박사만 600명 나오는 토론토

[창간기획 팍스테크니카, 인재에 달렸다]
<1> 생존을 위한 인재 전쟁-'AI 메카' 토론토 가보니
  힌턴 교수 '딥러닝 열풍'에 10년 전부터 학생 밀물
  국가차원 전폭적 연구지원·개방적 이민정책도 한몫
  구글·MS 등 유수기업 몰려…시내 곳곳 연구소 공사
  AI스타트업 273개 운집, 테크 일자리 성장세 세계 톱




이달 15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대 앞 퀸스파크역 주변에서 ‘슈워츠라이스먼 이노베이션 캠퍼스(왼편)’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학생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맞은편에는 북미 최대 도심 혁신 허브인 ‘마스 디스커버리 디스트릭트’가 자리하고 있다. 토론토=정혜진 특파원

이달 15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대 앞 퀸스파크역 주변에서 ‘슈워츠라이스먼 이노베이션 캠퍼스(왼편)’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학생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토론토=정혜진 특파원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중심에 위치한 북미 최대 도심 혁신 허브인 ‘마스 디스커버리 디스트릭트’ 토론토=정혜진 특파원


캐나다 토론토의 상업 중심지인 킹스트리트이스트에는 내년 완공 예정인 구글 사옥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을 지나 2㎞가량 떨어진 토론토대 세인트조지캠퍼스로 향하다 보니 한 블록이 멀다 하고 곳곳이 고층 건물 공사 현장이다. 북미 지역의 건설용 크레인 두 대 중 한 대가 모여 있다는 토론토 시내의 풍경이다.


토론토대 캠퍼스도 예외가 아니다. 캠퍼스와 접한 지하철 퀸스파크역 공사 현장에는 ‘슈워츠라이스먼 이노베이션 캠퍼스’라는 임시 현판이 붙어 있다. 캐나다 최대 사모펀드 오넥스를 운영하는 제럴드 슈워츠 부부가 1억 캐나다달러(약 1016억 원)를 쾌척해 짓고 있는 두 개 동의 건물이다. 올해 말 완공되면 대학 내 인공지능(AI) 연구자와 AI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이곳에서 연구와 창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맞은편에는 북미 최대의 도심 이노베이션 허브 ‘마스 디스커버리 디스트릭트’가 자리하고 있다. 마스는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기술이 상용화하도록 돕는 기관으로 세계 최대 AI 연구소인 벡터 연구소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 AI 센터 등이 입주했다. 마스의 입주 대기가 길어지면서 지난 5월 토론토 워터프론트 지역에 두 번째 공간을 열었다.



스티븐 룬드 토론토 글로벌 최고경영자


토론토시에 해외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토론토 글로벌의 스티븐 룬드(사진) 최고경영자(CEO)는 서울경제와 만나 “한 해에 토론토 일대 대학에서 배출하는 AI 박사급 연구자가 600명에 달하고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졸업생은 5만여 명에 이른다”며 “기업들이 인재 유치를 위해 토론토에 거점을 만들고 그로 인해 인재가 더욱 모이는 순환이 팬데믹 이후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용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CBRE에 따르면 토론토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실리콘밸리 지역과 시애틀에 이어 북미 3위의 테크 인력 규모를 자랑한다. 성장 속도는 단연 1위다. 최근 5년(2016~2021년)간 토론토에서 늘어난 테크 일자리는 8만 8900개로 2위인 미국 시애틀(4만 5560개)의 두 배에 달했다. 전체 일자리 중 테크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10.3%로 실리콘밸리(11.4%)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테크 붐’은 10년 전 이미 예고됐다. 2012년 딥러닝의 대부인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대 이미지 인식 대회 ILSVRC(Imagenet Large Scale Visual Recognition Challenge)에서 당시만 해도 통용되지 않던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이미지 인식률을 10%포인트 이상 높여 파란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딥러닝 분야의 유일무이한 연구자였던 힌턴 교수에게 배우기 위해 전 세계 인재들이 토론토대로 몰려들었다. 이듬해 구글은 힌턴 교수의 ‘DNN리서치’를 4억 4000만 캐나다달러(약 4470억 원)에 인수해 연구팀과 손을 잡았다. 2016년 ‘알파고’가 공개되고 다음 해 힌턴 교수가 세계 최대 AI 비영리 연구기관인 ‘벡터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토론토는 이제 전 세계 빅테크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도시가 됐다.


그 중심에 자리 잡은 토론토대는 구글·메타·엔비디아 등 600개에 달하는 기업과 산학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학에서 AI와 산업공학을 결합한 연구를 주도하는 이치근 교수는 “캐나다 내 98%의 교수들이 정부의 기본 펀딩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고 있을 정도로 주제에 제약이 없고 기초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며 “30년간 아웃사이더에 속했던 힌턴 교수가 지속적인 펀딩을 받아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캐나다에서는 컴퓨터 공학이 기초 학문에 속할 정도로 기초 연구를 중시한다”면서 토론토를 따라하겠다고 기본기 없이 무작정 AI에 힘을 쏟아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대 정문. 토론토=정혜진 특파원


캐나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을 포착해 AI 인재 ‘메카’로서의 위상 굳히기에 나섰다. 2017년 세계 최초로 범국가 인공지능 전략을 수립하고 첫해에만 1억 2500만 캐나다달러를 벡터 연구소와 몬트리얼 소재 밀라 연구소, 에드먼튼 앨버타 연구소(AMII) 등에 집중 투자했다. 2단계를 맞는 올해는 투자 규모를 4억 4300만 캐나다달러로 늘렸다. 현재(2022년 기준) 토론토 내에는 AI를 핵심 기술로 삼는 스타트업 273곳이 모여 있다. 인구 1인당 가장 높은 AI 기업 밀집도다. 캐나다 정부에서 스타트업이 캐나다인을 고용할 경우 인건비를 1대1 매칭해주는 ‘마이탁스’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서는 최대 62%까지 세금을 이월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이점이다.


개방적인 이민 정책도 캐나다로 인재를 끌어당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40만 1000여 명의 외국인이 일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 캐나다에 입국했고 토론토시 영주권 발급은 지난해 11만 2795건에 달했다. 미국이 한 해 전문 인력들의 취업 비자(H-1B) 허용을 8만 5000명대로 한정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룬드 CEO는 “실리콘밸리와 토론토의 창업 생태계는 비슷한 점이 많지만 가장 다른 점이 정부의 적극성”이라며 “원하면 누구나 토론토시 경제부시장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직원 비자, 세금, 부동산 등 각종 문제들을 해결해주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지역 기업의 투자 유치를 이끄는 캐서린 리 토론토 글로벌 선임 어드바이저는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VC) 중에서도 캐나다 출신이 많고 산업이나 시장으로는 미국과 거의 한 나라로 취급될 정도라 실리콘밸리에서 취업을 하더라도 창업은 이왕이면 토론토에서 하는 게 낫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며 "다양성이 확보돼 빅테크들의 테스트 베드로 활용될 정도로 장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AI를 활용한 기업 인력 관리 서비스 에이전트눈을 창업한 데이브 킴은 “창업한 첫 회사를 벨기에의 웨어러블 회사인 샌티엔스에서 인수하면서 토론토에 지사를 만들었는데 AI 인력 모집 공고에 1500명이 지원을 해 회사가 깜짝 놀랐다”며 “개발자 몸값이 실리콘밸리에 비해 40% 가까이 저렴한데 워낙 고급 인력이 많다 보니 두 번째 창업도 고민 없이 토론토에서 시작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AI 연구소인 벡터 연구소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 AI 센터 등이 입주한 북미 최대 도심 이노베이션 허브 ‘마스 디스커버리 디스트릭트’ 토론토=정혜진 특파원

최근 토론토는 AI에 이어 자율주행 및 전기차 관련 허브로 떠오르며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룬드 CEO는 “지난 3년간 자율주행 및 전기차 부문에서 14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고 일자리 1만여 개가 창출됐다”며 “지금도 두세 곳의 관련 업체와 투자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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