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고금리 태풍 온다…'3조 대어' WCP 상장 연기

기관 수요예측 9월 14~15일로 미뤄
오일뱅크 등 IPO 철회·변경 잇따라
경기 우려·투심 악화에 '숨고르기'



올여름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더블유씨피(WCP)가 상장 일정을 한 달 이상 미루기로 결정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이상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27일(현지 시간) 단행할 가능성이 높자 금리 인상 태풍을 일단 비켜가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최근 금리 상승 속에 증시가 조정을 받고 공모주 투자심리는 악화돼 조(兆) 단위 이익이 예상되는 현대오일뱅크가 IPO를 철회했으며 국내 카셰어링 업계 1위인 쏘카도 상장 일정을 연기하는 등 시장이 살얼음판을 밟는 형국이다.


WCP는 IPO를 위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일정을 기존 8월 1~2일에서 9월 14~15일로 연기한다고 27일 공시했다. 상장 절차를 본격화하는 수요예측이 밀리면서 다음 달 8~9일로 예정된 일반 청약 역시 9월 20~21일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WCP의 코스닥 상장 예정일은 8월 18일에서 9월 말로 늦어지게 됐다. WCP의 상장 대표 주관사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다.


WCP가 상장 일정을 미룬 표면적 이유는 2분기 실적을 공모가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현재 WCP는 올해 1분기 재무제표를 반영해 희망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을 2조 7208억~3조 4009억 원으로 제시했는데 여기에 2분기 실적도 포함하겠다는 얘기다. WCP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돼 이를 증권 신고서에 반영하려고 공모 일정을 소폭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IPO 시장을 둘러싼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다 연준의 대폭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후폭풍을 최소화하려 WCP가 공모 일정을 한 달 이상 미뤘다는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거시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악화돼 국제통화기금(IMF)은 26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3%로 낮췄다. 높은 물가 상승에 연준이 28일 새벽 또 한번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지배적이다.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정책이 이어지면서 WCP처럼 미래 실적 증대를 기대하는 ‘성장주’들의 가치는 급락하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지자 IPO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21일 상장 철회를 공식화했던 현대오일뱅크는 기대 몸값이 10조 원도 넘는 하반기 IPO 시장의 최대어였다. 시장은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에 엄청난 순이익이 예상돼 오일뱅크가 연내 상장을 무난히 완료할 것으로 관측했는데 IPO를 전격 철회하자 상장 후보 기업들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현대엔지니어링·SK쉴더스·원스토어·태림페이퍼도 공모 절차를 중단하는 등 IPO 시장 분위기는 적잖이 냉각된 상황이다. 앞서 WCP와 같은 시기에 수요예측 및 청약을 실시하려던 쏘카 역시 ‘일정 충돌’로 공모 부진을 방지하기 위해 IPO 일정을 소폭 연기한 바 있다.


WCP도 상장을 둘러싼 험난한 여정을 마치려면 최대한 호전된 실적을 제시해야 적정 몸값을 인정받으며 성황리에 IPO를 끝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본시장 환경이 좋지 않아 IPO 등 주식 발행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례는 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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