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28일 용산 대통령 청사에서 가진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에서 “공급망과 경제안보까지 포괄해 양국 간 실질 협력을 더욱 증진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두 정상은 양국의 관계가 방산과 무역 확대를 넘어 새 판이 짜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반자로 확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렸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 지도자와의 정상회담을 인구 2억 8000만 명의 대국을 이끄는 조코위 대통령으로 조율한 점만 봐도 대한민국의 경제안보에서 인도네시아가 차지하는 위치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참여를 선언한 미국 주도의 대(對)중국 협의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는 인도네시아도 속해 있다.
윤 대통령은 “조코위 대통령에게 아세안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공유하고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인도네시아와 무역·방산을 비롯해 광범위한 경제안보 협력을 논의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나아가 양국의 교역 증진을 통해 인도네시아를 베트남에 이은 우리나라의 제2의 아세안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도 대외적으로 밝혔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자적 위치에서 제3의 활로를 찾기 위해 신남방정책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이 인도네시아와 본격적인 밀월 관계를 형성하겠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과 조코위 대통령은 이 같은 전략에 맞춰 2017년 맺은 ‘특별전략적동반자관계’에 맞춰 양국의 협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저는 조코위 대통령과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맞춰 양국 간 전략적 차원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두 정상은 인도네시아의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양국 협력 관계를 인공지능(AI)과 초고속 인터넷망, 빅데이터가 결합된 스마트시티까지 확장시켰다.
윤 대통령은 “조코위 대통령께서 역점을 두고 계신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사업에 관해서도 양측이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우리의 세종시 건설 경험은 인도네시아에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조코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신행정수도 이전 작업에 우리나라가 참여하게 된다. 전체 면적의 7%에 불과한 자바섬에 인구가 몰려 있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보르네오섬으로 수도를 옮기는 사업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4년까지 대통령궁과 국회의사당·정부청사 등 정부 핵심 시설을 구축하는 1단계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MOU에 따라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행정수도인 세종특별자치시를 스마트시티로 건설한 경험과 기술을 인도네시아에 지원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의 행정수도 건설 사업의 규모는 466조 루피아(약 41조 원)에 달한다.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이 새로운 수도의 인프라, 전자 행정,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해 적극 기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기존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방산과 자동차·섬유·화학 산업에 이어 인프라와 건설 분야도 협력이 확대되는 셈이다.
윤 대통령과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양국의 경제안보적 이해관계를 더욱 결속하기로 했다. 방산 물자에 더해 공급망까지 강화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에서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는 물론 동광 등 핵심 자원을 주로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세계 자원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두 정상이 공급망 협력을 논의하면서 양국의 상호호혜적인 관계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인도네시아는 니켈과 같은 핵심 광물이 매우 풍부한 나라이고 이는 우리나라 첨단산업의 중요한 소재”라며 “저와 조코위 대통령은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비롯해 양국 간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전기차·배터리와 같은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전략적 연대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국방·방산 협력은 양국 관계의 또 다른 핵심 축”이라며 “우리 방위산업의 세계적 기술력과 생산력을 토대로 여타 방산 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양국 정상은 북핵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또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인권 등 가치를 공유하고 국제사회를 향한 연대의 메시지도 냈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과 국제 식량, 에너지 위기 해소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고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과 인도적 위기 해소를 위해서도 지원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공동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