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문자메시지를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 질문 도중 상체를 숙인 채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 장관은 27일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장에서 몸을 숙여 자신의 휴대전화 화면이 카메라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모습이었다.
이같은 한 장관의 불편한 자세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난 26일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논란 속에 한 장관이 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논란은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언급됐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장관에게 "혹시 텔레그램을 사용하느냐"물었고, 한 장관은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메신저를 쓴다"고 답했다.
이에 기 의원은 "텔레그램을 사용하느냐"고 거듭 질문을 했고, 한 장관은 "주로 많이 쓰지는 않는다"고 하자 기 의원이 "텔레그램을 사용할 때 항상 뒤 조심하라"고 했다.
앞서 지난 26일 국회 공동취재사진단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촬영했다.
공개된 메시지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면서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고, 이에 윤 대통령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해당 문자를 두고 논란이 확산하자 권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후 8시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 동지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는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면서 "국민과 당원동지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선배동료 의원들께도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고도 했다.
발언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외부 일정으로 도어스테핑을 건너뛰면서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기자들은 윤 대통령이 오전 11시께 대통령실로 복귀할 때 '어제 문자 관련해서 입장이 있느냐'고 물었으나 대답을 듣지 못했다.
이번 사안을 두고 말을 아꼈던 이 대표는 지난 27일 정오께 페이스북을 통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그 섬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온다"면서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 와서 판다"고 적었다. 사자성어 '양두구육'을 활용해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을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해당 문자에 대해 "대표도 오해는 하시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 한 언론을 통해 "전혀 오해의 소지가 없이 명확하게 이해했다"면서 윤 대통령의 문자메시지에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읽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