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7.7%가 가족 대상…패륜범죄 늘어난다

존속 폭행·상해는 연2000건 넘어
가족간 범죄 외부에 밝히기 꺼려
실제 드러나지 않은 사건 더 많아
"사회안전망 강화 사전 차단해야"

사진 제공=픽사베이

서울 동부지방법원이 14일 특수존속협박과 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모(22) 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양 씨는 2020년 5월 술에 취해 24㎝ 길이의 가위를 휘두르며 아버지를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는 등 신체에 상해를 가할 것처럼 위협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같은 해 12월 금전 지원을 거부한 어머니를 주먹으로 때리고 가재도구를 부수기도 했다. 양 씨의 존속 폭행은 습관적이었다. 법원에 따르면 양 씨는 지난해 10월에도 존속 상해 혐의로 징역 7월을 선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배우자나 직계가족 등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존속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 안전망 강화를 통해 존속 범죄의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잠정 집계된 살인 사건 총 663건 중 존속살해는 51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살인 사건의 약 7.7%가 직계가족 등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셈이다. 최근 5년간 존속살해 건수는 2016년 55건, 2017년 47건, 2018년 69건, 2019년 65건, 2020년 59건으로 모두 295건에 달한다.


존속 폭행 및 상해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특히 존속 폭행 발생 건수는 2017년 이후 지금까지 매년 오름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존속 폭행 사건은 2017년 1322건, 2018년 1568건, 2019년 1615건, 2020년 1787건 발생했다. 존속 상해 사건 역시 2016년 398건, 2017년 424건, 2018년 384건, 2019년 402건, 2020년 388건으로 매년 대략 400건씩 일어났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예년과 비슷하거나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가족 관계에서 벌어지는 범죄인 만큼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숨기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사건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 간 범죄 행위를 외부에 밝히기 꺼리는 경향 때문에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존속 범죄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범죄 행각이 반복되면 폭력성이 심해지다가 존속살인 등 강력 범죄로 발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거리 두기로 가족 구성원들이 가정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데다 경기 침체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존속 범죄가 발생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여기에다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등을 겪는 정신질환자들을 가정에서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족 구성원들이 존속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 수는 2017년 69만 1164명에서 지난해 93만 3481명으로 무려 35.1% 증가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존속 폭행은 일반적으로 정신질환자들이 많이 벌이는 범죄”라며 “최근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정신질환자들의 의사에 반해서 입원을 시키는 제도를 중지한 후 (환자에 대한) 가정에서의 부담이 늘었다”고 진단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도 “코로나19로 인해 집안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스트레스지수가 올라가면서 학대와 같은 존속 범죄가 증가한 것”이라며 “사회경제적으로 존속 범죄 발생이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관련 정부가 정신과 상담이나 치료를 조기에 제공하는 등 범죄의 발생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