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20대의 60% 이상이 웹툰 독자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전세계 최초로 웹툰 시장을 개척해온 국내 기업들은 최근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종이 만화 시장의 본고장에도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프랑스 현지 언론들이 네이버웹툰의 김준구 대표 등을 인터뷰하며 웹툰의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있다.
30일 오픈서베이의 ‘웹툰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15~49세 인구 절반(50.3%)은 최근 일주일 내 웹툰을 본 적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0대(64.5%)와 20대(65.6%)의 이용률이 가장 높았고 40대(32.6%)가 가장 낮았다. 10대(29%)와 20대(36%)는 전체 이용자의 64%를 차지했다.
이용자는 주 평균 4.6일 웹툰을 감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꾸준히 감상하고 있는 작품의 수는 평균 9.6개에 달했다.
유료 결제자 비중도 상당했다. 최근 일주일 내 웹툰 이용자 중 70%가 웹툰을 보기 위해 유료로 결제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료 결제자들은 월 평균 762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쿠키나 캐시 등 서비스 내 화폐를 무료로 얻기 위해 리워드 광고 서비스를 이용해 봤다고 답한 이들도 전체의 60%에 달했다.
웹툰 플랫폼 중 1등은 네이버웹툰이 차지했다.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을 주로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76%에 달해 압도적 1위였다. 이어 카카오페이지(12%), 카카오웹툰(3%) 등 순이었다.
다만 월평균 지출이 가장 높은 이용층은 네이버웹툰을 제외한 타 서비스만 이용하는 층이었다. 타 서비스만 이용한다고 답한 이들의 월평균 지출은 1만1720원, 네이버와 타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이들은 9370원, 네이버웹툰만 이용하는 층은 3180원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웹툰은 기본적으로 무료 서비스인 만큼 타 플랫폼들에 비해 과금 이용자 비중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원천 지식재산권(IP)’으로서의 웹툰의 진가도 드러났다. 웹툰 이용자의 약 94%가 감상한 작품이 실사화되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감상했던 작품이 실사화 됐을 때, 웹툰 이용자 3명 중 1명 이상은 가급적 챙겨본다고 응답했다. 실제 네이버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 카카오엔터 ‘사내맞선’ 등 웹툰 기반 영화, 드라마의 흥행 사례는 최근 들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웹툰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까지 확대 중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대표 사업자들은 북미, 일본을 넘어 최근에는 프랑스 시장 선점에 나섰다. 프랑스 현지 시장에서 웹툰 인기가 높아지면서 외신들의 스포트라이트도 쏟아지고 있다.
올해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는 네이버웹툰의 영어 오리지널 웹툰 ‘로어 올림푸스(Lore Olympus)’가 북미 만화계의 ‘아카데미 상’으로 불리는 '2022 아이스너 어워즈(Will Eisner Comic Industry Awards)' 의 베스트 웹코믹(Best Webcomic) 부문을 수상했다. 웹코믹 부문에서 세로 스크롤의 웹툰 장르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에는 프랑스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하다. 프랑스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만화 소비국이지만 디지털 만화가 전체 만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2~3%로 미미하다. 때문에 국내 웹툰 플랫폼들은 프랑스 웹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하고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실제 프랑스 웹툰 시장 Top 5는 모두 국내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프랑스 웹툰 시장 점유율 1위 플랫폼은 네이버 라인웹툰(48%)이며, 이어 키다리스튜디오의 델리툰(18%), 카카오 픽코마(10%), NHN 포켓코믹스(9%) 등 순이다.
아직까지는 ‘디지털 전환’이 더딘 프랑스 만화 시장이지만 벌써부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프랑스 출판업계에서 웹툰의 저작권료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 네이버웹툰의 ‘로어 올림푸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나 혼자만 레벨업’ 등 국내 웹툰들이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웹툰의 단행본화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프랑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보통 수준의 웹툰이 ‘수작’으로 평가받는 종이 만화보다 저작권료가 높은 게 최근 만화 시장의 흐름”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프랑스 현지 언론들도 만화 시장 혁신을 이끌고 있는 웹툰을 주목하고 있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최근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네이버웹툰의 차별점으로 ‘현지 작가 생태계 구축’을 꼽았다. 김 대표는 “미국에 웹툰을 첫 론칭한 후 약 2년 동안은 한국 작품이 인기 상위권을 차지했으나 현재는 현지 작가들의 작품이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이라며 “프랑스에서도 비슷할 것이며, 오히려 미국에서보다 더 빨리 현지 작가들이 자리잡을 것으로 본다. 네이버웹툰은 또 프랑스 현지 작가들이 전세계 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DC, 마블코믹스와의 협업 사례를 소개하며 프랑스 출판사들과의 협업에도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본인을 프랑스 만화 ‘아스테릭스’의 팬이라고 밝히며 “만화 속 톡톡 튀는 캐릭터들을 웹툰에 이식해 젊은 세대들에게 소개하면 어떨지 궁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3월 프랑스에 설립한 카카오픽코마 유럽법인의 김형래 대표도 지난달 프랑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네이버웹툰과의 차이점에 대해 "중립적인 플랫폼으로서 가능한 한 많은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네이버웹툰이 ‘도전만화’ 등과 같이 웹툰을 선별해 보인다면, 픽코마는 독자들이 최대한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데 방점을 찍는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