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주발사체 ‘창정 5B호’ 로켓 잔해물이 한국 시간 31일 새벽 인도양 상공으로 진입해 필리핀 남서부 바다로 추락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우주사령부는 트위터를 통해 창정 5B호 잔해가 미국 동부 시간으로 30일 낮 12시 45분(한국시간 31일 오전 1시 45분)께 인도양 상공에 재진입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국 유인우주국도 웨이보를 통해 창정 5B호의 잔해가 필리핀 남서부 해상에서 지구와 충돌했으며 잔해 대부분은 보르네오섬과 필리핀 사이의 술루해 상공으로 진입하면서 불에 타 없어졌다고 전했다.
이번에 지구상으로 떨어진 로켓 잔해물은 중국이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구축을 위해 발사한 창정 5B호 로켓의 상단으로 무게가 24.5t에 달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빌 넬슨 국장은 이날 “중국이 창정 5B호 로켓이 지구로 떨어졌을 때 구체적인 궤적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우주비행 국가들은 잠재적인 잔해 충돌 위험에 있어 신뢰할 수 있는 예측이 가능하도록 확립된 모범사례를 따르고 해당 유행의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며 “생명과 재산상 중대한 손실 위험이 있는 창정 5B호와 같은 대형 발사체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을 만들 목적으로 자국에서 가장 큰 발사체인 창정 5B호를 이용해 정거장 건설에 필요한 거대 모듈을 계속 발사하고 있다. 창정 5B호는 상단부가 워낙 크게 만들어져 잔해가 대기에서 전소되지 못한 채 지구로 떨어질 가능성이 거론됐다. 대형 물체가 떨어지는 경우 통상 20~40% 정도는 소각되지 않고 추락한다.
각국의 우주위험감시기관 등은 창정 5B호 잔해가 우리나라 시간으로 31일 지구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낙하지점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통제되지 않은 재진입’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중국 발사체 잔해 일부가 지구로 떨어진 것은 2020년과 작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2020년 5월 창정-5B호의 첫 시험발사 이후 잔해물의 일부 파편이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마을에 떨어져 건물이 파손됐고, 지난해에는 발사체 잔해 일부가 인도양에 낙하한 바 있다.
학계에서는 우주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발사체 잔해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람이 밀집하지 않은 외딴 바다 등으로 잔해를 안전하게 떨어뜨릴 방법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