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 공용공항서 인증샷 찍다간 '벌금 폭탄'

김해·대구·광주·청주 등 모두 8곳
격납고 등 군사시설 촬영은 불법
활주로 촬영했다 700만원 벌금 등
범법 사례 잇달아 각별히 주의해야
공항들 "안내방송으로 예방노력"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은 29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에 여행객들이 비행기 탑승 전 보안검색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지방법원은 지난달 28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2018년 4월부터 5월까지 약 세 차례에 걸쳐 대구국제공항에서 사진을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날 B 씨 역시 같은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020년 2월 제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청주국제공항에 착륙하면서 활주로 등을 촬영한 혐의다.


A 씨와 B 씨 모두 직접 촬영한 풍경 사진에 군사기지 격납고 등이 담긴 게 화근이었다. 이들이 이용한 대구·청주국제공항은 민항기와 군용기가 함께 사용하는 민·군 겸용공항으로, 군사시설로 분류돼 있다. 이런 이유로 민·군 겸용 공항 내 보호구역에서는 보안을 위해 사진 촬영이 금지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닫혔던 국내 공항 하늘길이 2년 5개월 만에 모두 열리며 이용객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민·군 겸용 공항의 경우 활주로 등 군사시설에서 무심코 ‘인증샷’을 찍었다가는 처벌받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31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국내 민·군 겸용 공항은 군산·김해·대구·광주·청주·포항·사천·원주 등 모두 8곳이다. 이곳에서 민간인이 해당 공항 등 군사시설을 촬영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충북경찰청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1월부터 4월까지 청주국제공항에서 사진을 촬영했다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인원만 10여명에 달한다. 올해 전국 14개 국내선 공항을 이용한 승객이 약 3718만 명으로 전년에 비해 19%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같은 법을 위반한 인원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촬영물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린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된다. 권 모(47) 씨는 1월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로 향하는 길에 대구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본인의 SNS 계정에 올렸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권 씨는 “경찰에서 처음 연락이 왔을 때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는데 진짜 경찰이어서 놀랐다”며 “블로그에 아이가 영상을 촬영했다는 문구가 있었고, 아이가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다행히 ‘혐의없음’ 처리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군 시설을 함부로 촬영했다가는 경찰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번에 알게 됐다”며 “가슴이 서늘해지는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군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통해 군사 시설이 촬영된 게시물이 발견되면 댓글 등을 통해 삭제 조치를 요청하고, 이후에도 삭제가 안되면 관할 경찰서 통해 고발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무심코 사진을 찍었다가 범법자가 되는 사례가 속출하자 각 공항 측에서도 이용객들에게 “촬영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안내 방송을 수시로 내보내는 등 예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해공항 관계자는 “공항 전체가 촬영이 금지된 것은 아니고, 보안 상 촬영이 금지된 곳이 따로 정해져 있어 공항 내 창구를 통해 ‘보호구역에서는 촬영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을 방송으로 안내하고 있다”며 “테러 등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해당 장소를 촬영하는 것은 따로 허락을 받았을 경우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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