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최저가낙찰제 깨고, 지체상금 낮춘다

1일 국회에 방위사업 계약 선진화 방안 보고
국가계약법 한계 탈피 위해 방특법 제정키로
가격보다는 품질 성능 우선해 낙찰 실시키로
지체상금률 인하…도전적 R&D엔 감면 혜택
벌금상한, 계약금액 30%→10% 하향조정
입법안들 쌓인 국회가 속도 내는 것이 숙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 국방위 소관 기관 관계자들이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정부가 방위산업계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켜온 지체상금 제도(납기 등 지연 시 부과하는 일종의 벌금), 최저가낙찰제를 대폭 손질해 개선한다.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어 지체상금을 대폭 감면하고 방산 부문 입찰 시 가격보다는 성능 등을 우선하기로 했다.


방위사업청은 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업무 보고’ 자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위 사업 계약 제도 선진화 방안을 밝혔다.


해당 방안의 핵심은 ‘방위사업계약특별법’ 제정이다. 방특법은 후속 양산 사업 및 국내 구매 사업에 대한 지체상금 상한 인하, 최저가낙찰제 탈피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현재 우리 군이 무기, 군용 장비 등을 구매할 경우 일반 행정기관 등과 마찬가지로 국가계약법을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국가계약법은 방위 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다. 일반 행정기관 등의 조달 사업 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국가계약법은 주로 공사, 일반 물자의 구매·제조와 같이 단순한 계약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계약 금액이 소액인 경우가 많고 계약 기간도 단기에 그치는 조달 사업이 주류를 이룬다. 관련 물품 및 서비스 공급 시장은 개방적인 자유경쟁 체제인 경우가 많다.


반면 방산 부문의 연구개발(R&D)은 사업 계약 금액의 규모가 크다. 계약도 장기간에 걸쳐 수행된다. 주로 기성품이나 기존 서비스를 구매하는 일반 조달 계약과 달리 방산 분야의 조달 계약에서는 신무기나 신기술을 개발해 획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 보니 계약 시점에는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리스크(연구개발 지연 등)가 존재한다는 특징도 있다. 이를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국가계약법을 적용해 지체상금을 적용하면 방산 기업이 도전적 R&D나 입찰 사업 참여를 꺼릴 수밖에 없어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것이다.


방특법은 우선 지체상금률 인하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현재 지체상금률은 납기가 하루 지연될 때마다 매일 총계약 금액의 0.00075%씩 부과된다. 총계약 금액 1조 원짜리 사업에서 공급 업체가 납기를 하루 지체했다면 약 7억5000만 원을, 이틀 지체했다면 약 15억 원을 지체상금으로 내야 한다. 이 같은 부담을 덜어주도록 지체상금률을 하향 조정하겠다는 게 방사청의 방침이며 구체적인 인하 폭은 아직 검토 중이다. 기술적 난도가 높은 ‘도전적 R&D’에 대해서도 지체상금을 감면해주는 내용이 방특법에 담길 예정이다.


방특법은 후속 양산 사업 및 국내 구매 사업에 대한 지체상금 상한을 현행 총계약액의 30%에서 10%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도 담는다. 예를 들어 총계약액이 1조 원인 사업에 대해 A 방산 업체가 기술 개발 지연 등으로 납기를 장기간 못 맞췄다면 현행 제도하에서는 지체상금을 납기 지연 일수에 따라 최대 3000억 원까지 떠안게 된다. 반면 방특법이 제정되면 납기가 아무리 지연되더라도 A사는 지체상금을 1000억 원까지만 내면 된다.


방특법의 하이라이트는 최저가 입찰 제도 탈피다. 군의 조달 입찰 시 가격보다는 품질 및 성능을 우선시해서 낙찰자를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국가계약법하에서는 가격경쟁 위주로 정부 조달 입찰이 진행됐기 때문에 방산 업체들이 고성능·고품질의 무기를 개발·제조하기보다는 낮은 원가로 값싼 무기를 만들어야 군 계약을 따낼 확률이 높았다. 방특법이 제정되면 이 같은 문제점을 딛고 방산 업체들이 성능과 품질 경쟁에 한층 역점을 두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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