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1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전격 총의를 모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 파동’을 일으킨 지 6일 만이다.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의 줄사퇴로 당이 ‘비상 상황’에 돌입했다는 판단에 동의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상임전국위원회 등을 열어 비대위원장 임명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상임전국위·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이 비대위 전환에 유보적이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가처분 신청으로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어 비대위 전환 추진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3시 긴급 의총을 열어 비대위로 전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 대표 사고 상황에서 최고위원 3명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당헌 96조에 명시된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는 비상 상황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의총에는 의원 총 115명 중 89명이 참석했으며 이 중 김웅 의원만 반대했다. 권 대표 대행은 모두발언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정상적인 당무 심의 의결이 불가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다수”라고 강조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도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서 이 상황이 비상 상황이라는 것을 확정했다”고 확인했다.
권 대표 대행은 이날 최고위원회를 취소한 뒤 비공개 간담회를 연달아 진행하며 비대위 전환을 밀어붙였다. 그는 오전 10시 30분 최고위원 간담회를 시작으로 초선 운영위원, 재선, 중진들과 각각 회동했다. 권 대표 대행은 각 간담회에서 당이 비상 상황이기 때문에 비대위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초선·재선 의원들은 비대위 전환에 대체로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선인 전주혜 의원은 간담회 뒤 “저희는 지도부의 의견과 결정에 전폭적으로 공감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중진 모임에서는 이견이 돌출됐다. 3선의 김도읍 의원은 중진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중진에서는 비대위 전환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그는 “비대위는 당 대표를 아예 물러나게 한다”며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지 여기서 왜 비대위를 몰아붙이느냐(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총에서 비대위 전환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권 대표 대행은 조만간 최고위를 열어 비대위원장 임명을 위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개최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안건 표결에는 앞서 사의를 표명한 배·조·윤 최고위원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돼 비대위 전환에 부정적인 김용태·정미경 최고위원이 반대해도 다수결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상임전국위·전국위 의장인 서 의원이 비대위 전환에 명분이 없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점은 난관으로 거론된다. 서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의총의 결론이 강제적인 조건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서 의원은 본인이 직접 전국위를 소집하지는 않더라도 최고위 의결이나 전국위 위원의 요청에 따라 적법하게 전국위가 열릴 경우 비대위 출범 자체를 가로막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가 비대위 전환과 관련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할 가능성도 리스크다. 비대위 전환은 이 대표가 돌아올 자리를 없애 사실상 제명하는 효과를 낸다는 분석이다. 이에 이 대표가 가처분을 걸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내년 1월 9일에 이 대표가 원하면 돌아올 수 있다는 전제로 비대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대표의 복귀를 열어둘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비대위 전환이 여권 전체의 쇄신론에 불을 붙일지도 주목된다. 앞서 조 최고위원은 비대위 전환을 주장하며 ‘윤핵관’의 2선 후퇴 등 당정대 동반 쇄신론을 띄웠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당 대표 대행이 그만뒀는데 같은 급의 비서실장 정도는 책임을 져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압박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 최고위원 등은 권 대표 대행이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의총에서 이 같은 요구까지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거취 이야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질서 있는 사태 수습을 위해 비대위 전환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