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000990)의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이 주주명부 열람을 회사 측에 요청하면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는 DB그룹이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해 DB하이텍 물적분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이날 사측에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자금 투명성 확보 및 공문 발송 등 공식 활동을 위해 비영리단체를 설립했다.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모아 5% 이상을 확보해 공시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1%에 달하는 43만여 주의 소액주주 지분을 모은 상태다.
소액주주들이 행동에 나선 까닭은 DB그룹이 지주사 전환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면서 DB하이텍 물적분할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DB는 5월 11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사 전환을 통보받았다. 공정거래법상 매년 말 기준 자산총액 5000억 원 이상이며 자회사의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 50% 이상인 회사는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총액을 안 넘도록 조정하거나 자회사 지분 소유을 30%까지 늘려야 한다. 8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 호황으로 DB하이텍의 주가가 급등하자 DB가 소유한 DB하이텍의 지분가치 역시 4000억 원 수준까지 증가하면서 지주회사 전환 요건에 해당됐다.
문제는 DB가 DB하이텍의 지분을 30%까지 확보하는 것이 순탄하지 않다는 점이다. 3월말 기준 DB의 DB하이텍 지분은 12.39%로 17%가량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소액주주들은 대주주가 물적분할 이슈를 통해 DB하이텍의 주가를 떨어뜨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LG화학의 주가가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한 후 급락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DB하이텍의 지난달 11일 종가는 4만 8400원이었다. 다음 날 물적분할 이슈가 제기되자 주가는 4만 800원까지 추락했다. 이후 소폭 반등세를 이어오고 있지만 현재 주가는 4만 5000원 수준을 밑돌고 있다.
회사 측에서는 지주회사 전환과 이번 물적분할이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DB하이텍 측은 이번 분사가 위탁 생산과 설계라는 각각의 사업 분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위탁생산을 맡은 회사 안에 설계 사업부가 있으면 고객사들이 설계 유출을 우려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