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국내에서 적발된 불법 공매도 100건 중 96건 이상은 외국인이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불법 공매도가 적발돼도 부과된 과태료는 건당 9900만 원으로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했다. 금융 당국의 미온적 대처가 국내 증시를 외국인의 불법 공매도 먹잇감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다.
1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 4월까지 최근 10년 동안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불법 공매도는 113건이다. 이 중 외국인이 벌인 불법 공매도는 109건으로 전체의 96.5%를 차지한다. 국내 기관은 4건(3.5%)에 불과했다.
불법 공매도 과태료 부과 현황을 봐도 외국인이 압도적이다. 같은 기간 적발된 불법 공매도에는 총 112억 66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이 중 외국인은 101억 8650만 원(90.4%), 국내 기관은 10억 7950만 원(9.6%)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한국거래소 공매도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코스피 기준으로 58조 4630억 원의 공매도 거래가 이뤄졌다. 이 중 외국인은 72%인 42조 1440억 원을 차지했다. 기관은 15조 1450억 원으로 26%, 개인은 1조 1720억 원으로 2%에 불과했다. 외국인의 거래 비중에 비해 적발된 비중이 높은 셈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투자 기법으로 그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무차입 공매도나 업틱룰(직전 거래 가격 이상에서 매매 호가 설정)을 위반하면 법 위반으로 보고 제재를 가한다. 다만 형사 처벌 근거가 없어 불법 공매도가 적발돼도 건당 과태료 6000만 원을 기준으로 50%를 가중한 9000만 원을 최대치로 부과했다. 이를 두고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자 금융 당국은 불법 공매도 처벌을 강화했다. 2020년 12월에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지난해 4월 6일부터 강화된 불법 공매도 처벌법이 시행됐다. 새로운 불법 공매도 처벌 규정은 기존 과태료(1억 원 이하)에서 과징금과 형사 처벌이 도입된 게 특징이다.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액의 3~5배 벌금 부과가 가능해졌다. 이는 자본시장 시세조종과 동일한 수준의 처벌로 자본시장법상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게 금융 당국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처벌 수위가 낮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2013년부터 올해 4월까지 적발된 불법 공매도에 대한 건당 평균 과태료는 9900만 원 선에 머물러 있다.
특히 처벌 수위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낮다는 평가다. 미국은 시세조종이나 부당이득을 위한 불법 공매도에 500만 달러 이하 벌금 또는 20년 이하 징역형을 권고한다. 프랑스는 불법 공매도로 얻은 이득의 10배를 벌금으로 부과한다. 영업정지 처분도 단행한다. 영국은 벌금에 상한이 없다. 일본은 30만 엔 이하 과태료, 홍콩은 10만 홍콩달러 이하 벌금 또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불법 공매도가 쉽사리 근절되지 않는 것은 주요 선진국 대비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불법 공매도로 얻는 이득보다 강한 처벌이 시행될 때야 비로소 외국인의 불법 공매도가 근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