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어둠 속으로>(Into the Night)은 2020년에 시즌1이 공개돼 인기를 끈 벨기에 드라마다. 태양빛에 노출되면 그 즉시 죽음에 이르는 기이한 우주 현상이 발생하자, 이탈리아군 소령 테렌치오가 살아남기 위해 항공기를 하이재킹하면서 무기한 공중 탈출극이 시작된다. 사상 초유의 항공 테러가 발생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영화 <비상선언>(한재림 감독)이 예매율 1위로 2일부터 극장 관객을 찾는 가운데, 넷플릭스 시리즈 <어둠 속으로> 역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공중 스릴러로서 손색이 없다.
죽음의 태양빛이 주는 공포는 상상 이상이다. 태양의 자기장 역전 현상으로 태양빛은 중성자로 변했고 매 초마다 지구로 쏟아지는 태양빛은 중성자탄이 터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설정이다. 때문에 드라큐라처럼 빛을 직접 쪼이지만 않으면 살아남을 수 있는 성질 따위가 아니다. 투과력이 강해 콘크리트나 금속 벽도 가볍게 통과한다. 인간만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다. 탄소 계열 물질인 식품과 연료까지 변질돼 도망가는 인간의 목을 더욱 옥죄인다. 가까스로 비행기에 올라타 시속 1,600km 지구 자전속도 이상으로 태양빛을 피해 다니는 주인공 일행들이 아비규환이 된 지상의 모습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래시간 걸리지 않는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항공기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긴장감을 높인다. 항공기는 한 번 공중에 뜨고나면 착륙할 때까지 도망칠 곳이 없다. 아포칼립스 재난 영화로서 흔해 빠질 수 있는 스토리를 '항공기'라는 장치를 십분 활용해 피해나간다. 예상했다시피 항공기 안에는 별의 별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사람 좋아보이는 남자가 실은 살인범일 수도 있고 약해빠진 캐릭터가 순식간에 모든 이를 수렁으로 몰아넣는 빌런이 될 수도 있다.
특히 항공기에 함께 올라타 운명을 같이 하게 된 각 인물들의 배경 서사를 매 회마다 알아가는 것도 <어둠 속으로>를 시청하는 묘미다. 인물들의 서사에 기대 신파로 이끌지 않는다는 점도 <어둠 속으로>가 택한 영리한 연출이다. 일부 과학적 오류나 개연성을 지적하는 시청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예민한 시청자들은 감상을 피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극의 전개를 위해 어쩔 수 없었겠지만 쉴 새 없이 갈등을 유발하는 인물들의 행동도 답답하게 여겨질 수 있다. 진정 인간은 죽음을 앞에 둔 순간에도 싸울 수 밖에 없었을까.
그래도 시즌1 인기에 힘입어 시즌2까지 공개됐다. 올해에는 스핀오프 드라마인 <야카모즈 S-245>까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됐다. <어둠 속으로>가 죽음의 태양빛을 피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계속 도망쳐야 하는 상황이라면, <야카모즈 S-245>는 잠수함을 타고 바다로 도망친다는 점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두 작품 모두 SF소설 'The Old Axolotl'(야섹 두카이 작가)를 원작으로 한다.
시즌1과 시즌2 합쳐 에피소드가 12개에 불과하다. 한 에피소드 당 길이도 40여분 남짓. 보기에 부담 없다. 시즌2 결말에선 시즌3에 대한 떡밥을 상당 부분 남겨두고 있는데, 사실 이쯤 되면 항공기를 타고 쉴 새 없이 도망쳐야 하는 <어둠 속으로>의 신선함도 희석이 많이 됐다. 그래도 '워킹 데드' 류의 아포칼립스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빠져들게 돼 있다.
◆시식평 - 빠져들면 엔딩까지 직항으로 모시는 공중 스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