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봉쇄 이어 보복 이중덫…수출 중기 "세관에 발묶여 매출 70% 날아가"

[수출 중기의 몰락]
◆3년새 2270곳 줄폐업
코로나 핑계 통관기간 2배 이상↑
"中, 韓 친미로 기울자 보복 조치
무역은 납기가 생명인데…" 한숨
中 비중 큰 화장품 등 실적 쇼크
하반기도 비상…"의존도 낮춰야"





“코로나 때도 항구 봉쇄를 제외하면 통관 강화로 수출을 할 수 없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의 강도 높은 통관 강화 조치로 최소 3주면 가능했던 통관이 2배 이상 길어지면서 70%가량 매출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친미 성향의 정책을 펴자 중국이 이런 식으로 한국 기업에 보복 조치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우려가 큽니다.”


2일 중국으로 원자재를 수출해 현지 공장에서 의류를 가공한 후 재수입하는 한 중소기업의 대표 A 씨는 “중국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의류나 원단에서도 발견된다며 검사 후 반출하기 위해 통관을 강화했다지만 대다수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목적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이어 “무역은 납기가 생명인데 계속해서 일정이 미뤄지면서 회사 신뢰도가 타격을 받아 일감이 줄어드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화장품을 비롯해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중국 봉쇄령’으로 수출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대중국 화장품 수출액이 올 상반기 22%나 감소한 상황이라서 업계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화장품 제조 중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중국 수출이 막힌 탓에 매출도 수치가 내려가고 있다”며 “중국으로 제품이 나갈 수 없으니 이러다 중국 내 K뷰티 붐마저 꺼질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건기식 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국 유통 채널은 우리에게 큰 곳인데 최근 수출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당장 큰 손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사태가 장기화하면 결국 매출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는 중기의 타격은 대기업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경우 리스크 관리가 어느 정도 가능하고 협상력도 있지만 중기는 특별한 대응도 못 한 채 사실상 중국의 조치를 그대로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을 비롯해 경제 전반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의 보호조치에 따른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건기식 업체의 중국 수출 비중은 절반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수출액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최근 중국의 강도 높은 통관 조치 등이 반영될 경우 하반기 수출 역시 불확실성이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통계청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기의 2분기 대중국 수출액은 5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가량 감소했다. 4월 수출액이 19억 4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 줄어든 데 이어 5월의 경우 지난해 19억 5000만 달러에서 올해 19억 달러로, 6월은 지난해 19억 4000만 달러에서 올해 18억 5000만 달러로 잇달아 감소했다. 상반기 월별 수출액이 봉쇄 조치가 있었던 3월 22억 3000만 달러를 기록한 뒤 4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와 지원에 나서면서 수출 중기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 이후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미중 패권 경쟁으로 극심한 타격을 받았던 중기는 하반기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기 4곳 중 1곳(25.6%)은 올 하반기 수출 전망을 ‘나쁘다’고 내다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4%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수출입 물류난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중기도 10곳 중 6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데 중국의 하반기 경제 전망이 비관적인 탓에 한국 중기 역시 비슷한 상황을 보일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올 2분기 성장률은 0.4%를 기록해 0%대로 주저앉았다. 2020년 1분기(-6.8%) 이후 가장 낮은 분기 성장률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중 상반기 수출은 악전고투하는 가운데 선방했지만 하반기 환경은 악화할 것”이라며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과 커플링 현상을 보이는 한국 경제의 경우 더욱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대중국 수출에 비상등이 켜지자 수출 중기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외 수출 공동 진출, 디지털 무역 활성화, 무역금융 지원 확대 등의 정책을 통해 수출 중기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중국이 필수 시장이기는 하지만 더 이상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기 때문에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 연구위원은 “베트남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등 제3국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제2의 요소수 사태’를 피할 수 있다”며 “중기와 대기업의 해외 공동 진출 등 다각화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