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5개월 만에 늘었지만…불안감 여전

7월 3.3억弗↑ 4386.1억弗
자산운용 수익·외화예수금 증가
외환당국 시장 개입 축소도 영향
무역수지 적자·美中긴장 등 변수
"외화 유출 가능성 다시 커질 수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살펴보고 있다. 성형주 기자 2022.07.15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3억 3000만 달러 늘어나면서 5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상태가 지속됐지만 변동성 자체는 축소돼 당국의 시장 개입도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만을 둘러싼 미중 긴장감 고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강력한 긴축 기조 등의 변수로 외환시장 안팎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무역수지가 7월까지 넉 달째 적자를 내는 등 하반기 수출 전망이 나빠지고 있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약화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86억 1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3억 3000만 달러 증가했다. 올 들어 외환보유액이 증가한 것은 2월 이후 5개월 만이다. 6월 말 외환보유액이 한 달 만에 94억 3000만 달러 줄어들었지만 7월 들어 감소세가 멈춘 양상이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증가 배경에 대해 “미국 달러화 강세로 유로화나 엔화 등 기타 통화 외화 자산의 달러 환산액 감소에도 외화 자산 운용 수익,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등이 증가한 데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인 증감 요인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외환보유액 증감 규모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외환 당국도 시장 개입 규모를 크게 줄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6월까지만 해도 외환보유액 감소 이유로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를 들었으나 이번에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달러당 1300원이 넘는 고환율 속에서도 변동 폭이 줄었다. 외환시장의 한 딜러는 “외환보유액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무역수지 악화로 경상수지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외화 유출 가능성이 또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자산별로 살펴보면 외환보유액의 약 90%를 차지하는 국채 등 유가증권은 3918억 5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34억 2000만 달러 줄었다. 반면 예치금이 232억 달러로 전월 대비 39억 8000만 달러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과 IMF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은 각각 1억 7000만 달러, 6000만 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6월 말 기준으로 외환보유액 규모(4383억 달러)가 세계 9위로 전월과 같은 순위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 보유국인 중국은 3조 713억 달러로 565억 달러 줄었고 2위인 일본은 1조 3571억 달러로 275억 달러 증가했다. 스위스는 9625억 달러로 786억 달러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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