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세 입학’ 졸속 정책이 정부 신뢰 떨어뜨린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5세로 앞당기는 학제 개편안이 혼란을 낳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관계자 간 이해관계 상충으로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니 교육부가 신속하게 공론화를 추진하고 국회에서 초당적 논의가 가능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교육부의 학제 개편안을 보고받고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한 뒤 학부모 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도 1일 “4년에 걸쳐 3개월씩 입학을 앞당기는 기존 안 대신 1개월씩 앞당겨 12년간 추진할 수도 있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이어 2일에는 “국민들이 정말로 아니라고 한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5세 입학’ 정책은 가정의 양육 부담을 줄이고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출 시점을 당기는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만 5세 어린이는 정규학교 교육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등의 반론도 적지 않다. 게다가 사회에 미치는 충격이 워낙 크므로 백년대계 차원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설득한 뒤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앞서 노무현·이명박 정부도 검토했지만 전국 유치원의 반대 등에 부딪혀 추진하지 못했다. 이런데도 전문성이 부족한 교육부 장관이 취임 직후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학제 개편안을 내놓았으니 누가 신뢰하겠는가.


대통령실이 최근 도입한 국민제안 제도도 소통은커녕 불신 창구로 전락했다. 대통령실은 ‘대형 마트 의무 휴업 폐지’ 등 10건의 국민제안에 대한 온라인 투표를 실시해 ‘좋아요’가 많은 3건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중복 투표 등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정부가 정책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려면 이해 관계자와 충분히 소통하면서 국민의 공감을 얻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세심한 준비 없이 졸속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혼선을 자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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