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신설 신사업TF 총괄에 정성택 영입…M&A 속도내나[뒷북비즈]

이재용 ‘고급인력 영입’ 의지 따라
퀄컴·맥킨지 등 거친 ‘IT통’ 수혈
애플·인텔 출신도 줄줄이 데려와
2017년 하만 인수 후 뜸해졌던
‘빅딜’ 후보군 물색 탄력 붙을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서울 김포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005930)가 새로운 신사업 태스크포스(TF)장으로 정성택 부사장을 영입했다. 인수합병(M&A)을 모색하는 신사업 TF 수장으로 외부 인재 영입을 발탁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 6월 인재 영입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사장은 1일부터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산하 신사업 TF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정 부사장은 1995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자연계 수석을 차지하며 유명세를 탄 적 있는 수재다. 그는 서울대 전기전자공학과를 수석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정 부사장은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의 다양한 곳에서 일했다. 정 부사장은 퀄컴·도이치텔레콤·맥킨지앤드컴퍼니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IT 회사와 컨설팅 업체를 거치며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모보탭’에서 총괄 사장직을 수행한 적도 있다. 모보탭은 세계적으로 5000만 건 이상 다운로드된 모바일 앱 ‘돌핀 브라우저’를 개발한 회사다.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을 한 경험도 있다. 2012년 그는 IT 벤처기업 ‘휴먼베스트’를 창업했다. 삼성전자는 정 부사장이 글로벌 IT 업계에서 두루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보고 그를 신사업 TF의 수장으로 영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정 부사장이 이끌게 될 삼성전자 신사업 TF는 5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직속으로 만들어진 신생 조직이다. 업계에서는 이 조직을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M&A)을 진행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그는 향후 진행될 삼성전자의 대형 M&A 후보군을 물색하는 업무를 주도할 공산이 크다.


또 회사의 최대 중점 과제를 담당하는 조직의 수장으로 외부 인사를 앉힌 것은 회사가 얼마나 M&A에 대해 신선하고 새로운 시각을 원하는지, 얼마나 사안에 대해 절박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큰 규모의 M&A를 진행한 적 없다. 회사가 지난해 1월 실적 발표회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수준의 인수합병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후 시장의 관심은 증폭되고 있다. 한 부회장은 올 1월 “조만간 좋은 M&A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하며 외부의 관심에 대응한 바 있다.



정성택 삼성전자 부사장

한편 삼성전자는 정 부사장 영입 외에도 최근 외부 인재 발탁을 활발히 진행하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는 인피니언의 사이프러스 인수를 성사시켰던 경험이 있는 투자 전문가 마코 치사리를 반도체혁신센터장으로 영입했다. 이밖에도 애플 출신 김우평 부사장을 패키징 솔루션 센터장으로, 인텔 출신의 슈퍼컴퓨터 전문가 로버트 위즈네스키를 부사장으로 각각 선임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고급 인력 영입은 이재용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녹아든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6월 유럽 출장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서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며 “시장 변화, 불확실성 속 삼성이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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