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문 중인 대만 주변에 군사 훈련을 빌미로 실탄을 동원한 무력 시위에 나선 중국군과 항모를 대동해 중국의 도발을 견제하는 미군 병력이 집결하며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2일 오후 3시 42분께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일행을 태우고 말레이시아를 떠난 C-40C 전용기가 대만에 도착한 시각은 7시간 뒤인 오후 10시 43분. 통상 5시간인 비행 시간이 2시간 이상 늘어난 것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군사력 사용까지 시사한 중국을 의식해 남중국해 항로를 피하는 우회 항로를 택했기 때문이다.
펠로시 의장이 탄 수송기가 대만에 접근할수록 군사적 긴장감은 고조됐다. 이날 밤 대만 국방부는 중국 군용기 21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수송기가 대만 공역에 진입한 무렵에는 중국 전투기 수호이-35가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중국 관영 매체가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미군도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서 전투기 8대와 공중 급유기 5대를 남쪽으로 급파했다고 일본 NHK이 보도했다. 미 군용기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며 펠로시 의장이 탄 비행기를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에서는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미 해군이 필리핀해에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등 전함 4척을 전개하고 있다. 대만 매체들은 앞서 기항지를 떠난 중국 항모 랴오닝함과 산둥함이 대만을 포위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도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대대적인 군사 훈련을 예고하고 있어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스이 대변인은 2일 밤부터 대만 주변에서 일련의 연합 군사행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훈련 내용에는 대만 북부·서남·동남부 해역과 공역에서 연합 해상·공중 훈련, 대만 해협에서 장거리 화력 실탄 사격이 각각 예정돼 있다. 대만 동부 해역에서 상용 화력을 조직해 시험 사격도 실시할 계획이다. 스이 대변인은 “대만 독립 세력의 독립 도모 행위에 엄중한 경고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대만을 둘러싸는 형태로 설정한 6개 구역의 위도와 경도를 소개하며 인민해방군이 4일 12시부터 7일 12시까지 해당 해역과 공역에서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해당 구역에는 선박과 항공기 진입이 금지됐다.
중국 국방부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 측은 대만 독립 세력에 심각하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 대만 해협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며 “인민해방군은 일련의 표적성 군사 행동으로 반격해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