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충돌' 세계 경제에 허리케인…"TSMC 멈추면 모두 패자"

[격랑의 동북아] 글로벌 경제도 긴장
대만 파운드리 점유 60% 넘어
무역 분쟁땐 생산 차질 불보듯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더 커져



동아시아 지정학 리스크의 뇌관인 양안 충돌이 현실화할 경우 세계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미중 군사 충돌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양안 리스크 고조만으로 세계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만 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20위권 밖에 머물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세계 시장 점유율 60% 이상인 대만의 안보 리스크가 곧 반도체 생산에 심각한 차질로 이어지며 가뜩이나 심각한 반도체 공급난에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을 사이에 두고 미중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무역 분쟁이 재격화할 가능성도 크다. 인플레이션발(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또 하나의 대형 악재와 맞닥뜨릴 위기에 놓였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반도체 산업이다. “대만은 전자, 의료 장비, 군사용 등 반도체 생산의 본거지”라는 블룸버그의 평가대로 양안 긴장 고조는 곧 반도체 산업의 메가톤급 악재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지난해 시장 점유율이 53%로 2위 삼성전자(18%)의 3배에 달했다.


자칫 TSMC가 물리적 충격이나 중국의 경제적 제재로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벌써 3년째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대란’이 벌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류더인(마크 리우) TSMC 회장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승자는 없고 모두가 패자가 될 것”이라고 강력 경고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양안 문제가 미중 간 ‘경제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인플레이션 불길을 끄기 위해 조 바이든 미 정부가 추진 중인 중국산 관세 철폐가 무위로 돌아가면서 물가 압력을 더욱 높일 가능성도 커 보인다. 블룸버그는 대중 관세 철폐에 대해 바이든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데 이번 사태로 철폐 반대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중 모두 이런 파급을 의식해 섣불리 상대를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중 교역 규모가 지난해 6700억 달러로 팬데믹 이전보다 늘어나는 등 양국 간 경제 연관성이 여전히 높은 점도 미중 충돌 확산을 막을 요인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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