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대의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실 참모를 개편하는 인적쇄신보다 민생 위기 해결과 협치 행보에 나서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취임 100일도 안 된 시점에서 대통령실 핵심 인사들을 떠밀리듯 교체할 경우 국정 혼선만 가중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재신임한 참모들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뜻이다.
尹 ‘인적쇄신’ 보다 참모 재신임
‘노동·교육·연금개혁’ 방향 맞아
대통령실 관계자는 4일 “윤 대통령은 일단 자기 사람이 생기면 일부 실수가 있더라도 내치지 않고 안고 가는 스타일”이라며 “큰 폭의 인적쇄신을 할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역시 “대통령의 휴가 기간 동안 인적쇄신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기보다 민생 현안을 챙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주 휴가에 돌입한 윤 대통령이 복귀와 동시에 ‘인적쇄신’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장관 인사와 ‘사적 채용’ 논란, ‘내부총질’ 문자로 여파로 28%(한국갤럽 7월 4주 기준)까지 하락했다. 표출된 국민들의 실망을 달래기 위해서는 인적쇄신같은 충격 요법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참모진 교체보다는 국정을 쇄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정면돌파를 택한 셈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 개혁이 틀리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 사태로 불거진 정규직-비정규직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빠르게 변하는 산업 구조에 대응하지 못하는 교육 구조, 미뤄둘 수록 청년세대에 부담을 더하는 연금 등은 정부가 시급히 개혁을 추진해야할 과제라는 것이다.
다만 미숙한 정책 추진과 집권 여당의 분열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해 실망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사태만 해도 파업이 종료됐을 때 여당에서 개혁 입법을 통해 국회에서 이슈를 만들어 줘야 노동개혁이 가능하다”며 “그런데 여당은 입법은커녕 당권 다툼만 했다”고 지적했다.
참모 교체보다 민생·협치 나설 듯
나아가 인적쇄신이 윤 대통령에게 또 다른 국정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의 수석비서관들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아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기획재정부 1차관을 역임한 정통 경제관료이고 정치인 출신인 이진복 정무수석 엄밀히 따지면 ‘윤핵관’은 아니다. 경제 관료 출신인 김대기 비서실장은 사실상 과거 정책실장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인적쇄신을 하려면 더 나은 인사를 국민들에게 보여야 하는데 인물을 찾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취임 100일도 안 된 대통령이 참모 개편을 한 사례도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다녀온 뒤 수석 4명을 물갈이한 시점은 취임 후 161일이다.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석 전원을 바꾼 인적쇄신을 단행한 시점도 취임 후 117일 만이다.
취임 87일째인 윤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 추이는 이 전 대통령과 같지만, 정치적인 상황은 박 전 대통령에 가깝다. ‘광우병 사태’와 같은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인사 논란과 같은 내부적인 요인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표출됐기 때문이다.
보수 지지층 결집 기대감도
특히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는 지지율이 추가로 하락하기보다는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연설과 취임 100일(17일)에 협치와 민생 해결 메시지를 내며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지지율 추락에 큰 영향을 끼친 국민의힘의 내부 분열이 수습되면 여당이 입법으로 국정을 뒷받침할 수 있다.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의원 체제로 재편될 경우 보수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다는 판단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각종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고 반성 없이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지 않느냐”며 “대선에서 이 의원을 외면한 국민들이 다시 대안이 될 지도자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