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글로 읽어보는 영화 '헤어질 결심'

■헤어질 결심 각본
정서경·박찬욱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박찬욱 감독에게 올해 칸 영화제 감독상을 안긴 영화 ‘헤어질 결심’의 오리지널 각본집이 책으로 나왔다. 영화는 문어체와 구어체가 교차하며 미묘한 긴장감을 안기는 대사, 극도로 세련된 미장센 등으로 여러 차례 관람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영화의 각본집은 작품을 본 관객에게 감독과 작가가 애초 영화를 통해 설명하고 싶었던 게 무엇이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각본의 묘사와 촬영과 편집, 후반작업을 거친 최종 결과물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해볼 수 있고, 영화 속에서 표현하지 않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도 알 수 있다.


박 감독은 당초 영화의 첫 번째, 두 번째 부분을 각각 알릴 때 화면에 산과 바다를 한글과 한자로 띄우며 확실히 구분하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각본집은 각각의 장면을 “검은 화면에 ‘山’과 ‘산’이 동시에 필기체로 적힌다.”, “안개 낀 바다, 화면에 ‘海’와 ‘바다’가 동시에 필기체로 적힌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영화만 보면 알 수 없는 디테일도 많다. 극중 서래(탕웨이)가 즐겨보는 드라마는 ‘흰 꽃’과 ‘적색비상’이며, 해준(박해일)이 서래에게 새우볶음밥을 만들어줄 때 책상 위에 있던 책은 스웨덴 작가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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