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신용평가 합작사 설립… 플랫폼과 '테크핀 맞짱'

[통신 3사·SGI서울보증·KCB 공동법인 설립]
통신3사 공동출자 법인은 처음
비금융신용평가 대출 확대 나서
통신료·콘텐츠결제 내역 등 활용
'신파일러' 대출한도↑ 금리↓ 기대
네이버·카카오 앞선 테크핀 시장
통신사 연합전선으로 맹추격

통신 3사가 의기투합해 신용평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테크핀’ 결합에 가속도를 붙인다. 통신사가 보유한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이력 부족자들에게도 대출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경쟁사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일찌감치 대출 사업을 벌이는 가운데, 금융권과 손잡은 통신사들의 반격이 본격화하는 구도다.



최준기(왼쪽부터) KT 본부장, 장홍성 SK텔레콤 담당, 전경혜 LG유플러스 담당, 한창래 KCB 부사장, 온민우 SGI 본부장이 3일 오후 SGI 서울보증 본사에서 열린 합작투자계약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통신 3사

4일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SGI서울보증·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전문개인신용평가업 진출을 위한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통신 3사가 공동 출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은 처음이다. 합작법인은 통신 3사가 각각 지분 26%를 출자하고 SGI서울보증과 KCB가 전략적 투자자로 각각 11% 지분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현재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한 상태로 준비법인 설립·CEO 공개 모집·기업결합승인 후 사업권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5사 관계자는 “연내 기업 설립을 마무리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소비자가 효용을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전문개인신용평가업은 비금융정보로 개인 신용 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해 제3자에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통신 3사는 통신정보 기반 비금융 신용평가서비스에 나서게 된다. 기존 신용 평가는 금융거래 정보를 기반으로 했다. 때문에 학생·주부나 소상공인 등 신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부족자)들은 1금융권 대출을 받는 데 한계가 있어 더 높은 이자를 내고 2·3금융권을 택하는 경우가 잦았다. 통신정보를 활용하면 통신료 납부·콘텐츠 결제 내역 등으로 기본적인 신용도 확인이 가능해 신파일러 대상 대출 확대와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입자는 금융 이력이 부족해도 1금융권 대출이 가능해져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금융사는 기존 신용평가 제외 대상으로 대출 이용자를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ICT 업계 경쟁사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업체들은 비금융정보를 이용한 대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는 2017년 미래에셋증권과 5000억 원 상당의 지분교환을 맺었다. 2020년부터는 네이버파이낸셜·미래에셋캐피탈·우리은행이 소상공인 대출을 시작했다. 기존 금융권은 지난해 실적 기반으로 대출 심사를 진행한다. 반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대출은 소상공인 매출 흐름·단골 정보·리뷰 등을 기반으로 심사해 업력이 짧은 업체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실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대출 이용 사업자 40%가량은 업력 18개월 미만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323410)도 카카오 선물하기·카카오T 이용 내역 등을 대출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23년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현재의 10%대에서 3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플랫폼 기업은 이미 비금융데이터를 이용한 대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반면, 통신 3사는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를 설립한 KT 외에는 뒤쳐진 것이 현실이다. 이에 ‘연합전선’ 형성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활용해 반격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통신사들은 올해 들어 금융권과 공격적인 제휴에 나서고 있다. KT는 올 1월 신한은행과 4375억 원 규모 지분 교환에 나섰다. KT가 신한은행 모회사인 신한지주 지분을 사들이고 신한은행은 KT 주식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양사는 금융 디지털전환(DX)와 플랫폼 신사업 등 23개 공동사업에서 협업할 계획이다. 이어 지난달에는 SK텔레콤이 하나금융지주와 총 4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했다. SK텔레콤이 3300억 원 상당 하나카드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넘기는 대신 하나금융지주 지분을 보유하고, 하나카드가 SK텔레콤과 SK스퀘어 지분 1000억 원 가량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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