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이 빠르게 고조되는 가운데 아시아 내 다른 잠재적 분쟁 지역에서도 팽팽한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인도·파키스탄의 영유권이 뒤얽힌 카슈미르문제, 러시아·중국과의 밀월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미얀마의 내전 무력 충돌이 빈번한 지역에서 연쇄적으로 갈등의 불씨가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 사이에 위치한 카슈미르 지역은 중국 관할지인 아크사이친을 제외하고 인도령 지역(영토의 63%)과 파키스탄령 지역(37%)으로 분할된 채 영유권 분쟁이 지속되며 ‘갈등 화약고’라 평가 받는다. 최근 무슬림 주민이 다수를 차지한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을 중심으로 테러 및 총격전이 잇따라 발생하며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2019년 8월 인도 정부가 해당 지역의 헌법상 특별 지위를 박탈해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지난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집권하자 자극을 받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가 공격의 수위를 높였기 때문이다. 힌두교도를 주 타깃으로 한 민간인 테러도 이어지고 있다. 카슈미르 라다크 지역에서 벌어져 온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은 수차례의 충돌 끝에 일부 최전선 병력이 철수하며 일단 봉합된 상태지만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인도 측은 중국이 분쟁지에 군사 시설을 설치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이 3월 이슬람협력기구(OIC) 외교장관회담에서 카슈미르 내 파키스탄 측 영유권을 옹호해 인도의 반발을 사는 등 이 지역의 갈등 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미얀마에서는 내전의 총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대 세력에 대한 유혈 진압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미얀마 군부가 러시아·중국과의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한 가운데 미국은 인권 문제를 이유로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인 에너지 산업을 옥죄는 등 군부와 반군의 대립이 미국과 중·러의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이달 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얀마를 방문해 군부에 대한 연대 입장을 재차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