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승부처 떠오른 헤르손…우크라-러, 결전 앞두고 병력 집결

우크라 남부 헤르손 9월 병합투표 앞두고
우크라-러군 모두 집결…"계속 교전 중"
NYT "서방 안심시키기 위해 탈환 필요 커져"

한 우크라이나 주민이 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의 한 건물 앞에서 강아지를 안고 서성이고 있다. 미콜라이우는 러시아 점령지 남부 헤르손과 가장 인접한 지역으로 최근 러시아군의 집중 공습 대상이 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헤르손에 대한 러시아의 병합투표가 목전에 다가오면서 이 지역이 전쟁의 또 하나의 승부처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원 무기를 앞세워 탈환에 속도를 내자 러시아군도 전선에 병력을 대거 결집시키며 혈전을 준비하고 있다.


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작전 사령부는 러시아군이 헤르손의 방어선에 병력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며 “적들과 우크라이나군이 전선을 따라 계속해서 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서방이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등을 동원해 헤르손 수복 작전에 속도를 냈고 전날까지 53개의 마을을 탈환했다. 이에 러시아도 우크라이나군의 공세에 밀리지 않기 위해 동부 돈바스 전선의 정예군 일부를 헤르손으로 이동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탱크 등을 이용해 탐색 공격을 벌였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을 뚫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 돈바스에서 교착 중인 양국이 남부의 헤르손에 집중하는 이유는 요충지인 이 지역이 9월 러시아 병합투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헤르손은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름 반도와 이번 전쟁의 점령 목표로 내건 돈바스를 연결하는 길목에 자리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개전 직후 가장 먼저 헤르손을 점령했고, 나아가 올 9월 헤르손을 러시아에 편입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루블화를 보급하는 등 현지화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현재까지 헤르손 주민들이 러시아에 협력하지 않고 있지만 일단 병합된 후에는 탈환이 어려워지는 만큼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주민투표 이전에 공격에 속도를 낼 필요성이 크다. NYT는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지원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서방에게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남부 탈환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화상 인터뷰를 갖고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 주석과) 직접 대화하고 싶다”며 “중국은 경제도 강력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만큼 러시아에 정치·경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