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비염과 천식은 '바늘과 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사진 제공=한림대성심병원

‘바늘 가는 데 실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의사들은 기관지천식이 있는 환자를 만나면 비염이 있는지 꼭 물어본다. 비염과 천식이 바늘과 실의 관계와 닮았기 때문이다. 실제 천식 환자의 80%는 비염을 가지고 있다. 비염 환자의 40%는 천식을 앓는다. 우리가 숨을 들이마시면 코를 지나 기관지와 폐포에 다다르게 된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행위는 산소를 취하고 노폐물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숨을 들이마실 때 공기 중에 있는 오염물질이나 알레르기 유발 물질도 따라 들어와 코와 기관지를 자극하고 비염과 기관지천식을 일으킨다. 전형적인 알레르기 비염은 연속적인 재채기와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듯 많은 양의 맑은 콧물이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코막힘과 후비루를 수반하기도 한다. 후비루는 콧물이 목젖 뒤로 흘러 내려가는 현상으로 만성 기침과 가래의 원인이 된다. 기관지천식은 비염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 종류의 물질이 기관지를 자극해 기관지 점막이 붓고 분비물이 생기는 질환이다. 그 결과 기관지가 좁아져 기침·가래가 생기고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며 심한 경우 호흡곤란이 온다.


코와 기관지 자극을 초래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미세먼지다. 탄소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 질소산화물·황산화물 등 다양한 대기오염 물질들은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하는 이유다. 집먼지진드기·꽃가루·곰팡이, 개나 고양이의 털과 비듬은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의 원인이 된다. 음식물 섭취 후에도 천식 발작이 올 수 있다. 특정 약물에 알레르기가 있는데 모르고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고 천식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비염과 천식은 정밀 검사를 하지 않고 병력과 증상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전형적인 수양성 비루와 재채기 증상이 있다면 어렵지 않게 알레르기 비염으로 진단할 수 있다. 만성 기침에 천명과 호흡곤란이 동반되면 천식이라고 진단해도 틀리는 예가 드물다. 그럼에도 정확한 원인과 중증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폐기능 검사, 알레르기 피부 반응 검사, 혈중 특이항체 검사, 호기 중 산화질소 농도, 운동 유발 검사, 기관지 유발 검사 등을 시행한다.


병의 원인을 피하는 것이 가장 쉽고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다. 다만 미세먼지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대체로 약물 치료에 의존하게 된다. 알레르기 비염의 기본 치료는 항히스타민제 복용이다. 비강 내에 도포하는 흡입제도 매우 효과적이다. 기관지천식은 흡입 치료제가 기본이고 보완적으로 경구용 항알레르기 조절제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면역 치료와 생물학적 치료제는 중증 알레르기 천식에 효과적이다. 증상 완화를 위한 기침약과 가래약은 가급적 단기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비염과 천식 치료는 완치를 목표하기보다 조절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고 일정 기간 꾸준한 치료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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