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주가 하락, 금지해야 한다? 아메바 논리” [선데이 머니카페]

‘공매도=주가 하락’ 아메바 논리란 주장 나와
아메바, 대표적 단세포 생물…사람 비하 표현
상대 주장 동의 못한다고 아베마 지칭 과격해
다만 공매도=주가 하락 뒷받침 근거 부족해
금융 당국·정치인 모두 이 사실 인지하지만
지난 대선서 표 의식 공매도=주가 하락 수용
“공매도 재개 미룰수록 韓 증시 선진화 요원”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이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관계기관 합동으로 불법 공매도 적발, 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는 윤병준 대검찰청 반부패부 과장과 안승근 금융감독원 조사국장, 이승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본부장보가 배석했다. 연합뉴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르기 때문에 금지하자고? 이 무슨 아메바 논리냐.”


공매도 논란이 뜨겁습니다. 기사 제목에 공매도만 스쳐도 댓글 수백 건은 기본입니다. 찬찬히 댓글을 읽어봤습니다. 공매도가 한국 증시 하락의 주범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뚜렷한 근거는 없었습니다. 대체로 한국 시장에서 공매도를 주도하는 건 외국인이고, 뛰어난 기업 가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개미를 털어먹기 위해 공매도를 악용한다는 논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반면 공매도와 주가 간 상관 관계가 떨어진다는 것을 지적한 댓글은 냉철한 논리가 돋보였습니다. 공매도와 주가 하락이 관련 없는 이유를 학계의 분석 결과, 해외 사례와 비교 등을 통해 설명했습니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른다고 주장하는 이를 두고 ‘아메바’라고 일갈하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아메바는 약 10억 년 전에 등장한 지구 역사상 최고(最古)의 생물체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단세포 생물입니다. 사람이나 그의 생각, 행동을 두고 ‘아메바’라고 칭할 때는 ‘모자란, 일차원적인, 원시적인’ 등 의미를 갖습니다.


아무리 상대방 의견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해도 아메바라고 지칭하는 건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부터 윤석열 대통령까지 야당 유력 정치인부터 대한민국 행정부 수반까지 개미 투자자들의 주장에 동조해 공매도 문제를 지적하는데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른다’는 주장을 단순히 아메바 논리라고 치부하는 건 과격해 보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른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는 현실도 눈에 밟힙니다. 더군다나 유력 정치인들도 개미들의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사실은 외면하고 ‘민심, 표’를 의식해 다수 국민이 원하는 답변만 내놓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정치를 우리는 포퓰리즘이라고 부릅니다. 포퓰리즘이 득세한 국가는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로 국민들이 고통 받는 베네수엘라, 튀르키예가 대표적입니다.


이쯤 되면 정말 궁금해집니다. 공매도와 주가 하락은 과연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몇 가지 사실만 빠르게 훑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2020년 초반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 증시는 붕괴했습니다.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 한국은 인도네시아와 함께 전세계에서 공매도를 완전 재개하지 않은 두 국가 중 하나입니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른다는 주장이 맞다면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공매도를 완전 재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시 낙폭이 적었어야 합니다. 수치를 좀 찾아봤습니다. 올 6월 말 기준 코스닥과 코스피는 전 세계 대표 주가지수 40개 가운데 하락률 1, 2위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초부터 현재까지 공매도를 단 한번도 금지한 적 없는 미국 시장 하락률은 중간인 20위 수준이었습니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른다는 데, 한번도 금지하지 않은 미국보다 한국의 증시 하락률이 더 큽니다.


또 하나 이해가지 않는 현상이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머발 지수(10.49% 하락)보다 국내 증시 하락이 더 크다는 사실입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5월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60.7%에 달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극약 처방으로 지난달 기준금리를 52%나 올렸습니다. 상식을 따르자면 지수가 처참히 붕괴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보다 지수 하락폭이 낮았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한국(코스피 200종목, 코스닥 150종목만 공매도 가능)과 달리 공매도 규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도 그랬습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 보다 경제 기초 체력도 튼튼하고 공매도도 일부 규제해 놨지만 증시는 더 떨어졌습니다. 공매도와 증시 등락 간 연관성이 있기는 한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이쯤 되면 공매도와 증시 등락 간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는 게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를 입 밖에 내는 정치인도, 금융 당국 관계자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원인을 쫓아 보니 결국 ‘정치’ 문제였습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 과정 여야 주자들이 개미 투자자 표를 의식해 ‘공매도=주가 하락 주범’이라는 프레임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공매도 이슈는 이제 논리가 통하지 않는 영역이 돼버렸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증시의 선진화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증시가 지난 6월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오르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게 공매도 부분 재개다”며 “한국 증시 성장을 위해서는 더 많은 해외 자금 유치가 필요한데 공매도 완전 재개를 계속 미룰 수록 한국의 선진국지수 편입 시기는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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