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제가 건물주가 됐습니다. 매달 꼬박꼬박 월세 받는 조물주 위의 그 건물주요. 종로 한복판에 있는 50억짜리 빌딩인데요, 세입자는 수제버거 맛집으로 유명한 다운타우너입니다. 개미인 척하더니 금수저였냐고요? 슬프게도 아닙니다. 건물주가 맞긴 한데 제 지분은 0.01886%. 이 정도면 눈치채신 분들 계시죠? 바로 부동산 조각투자 얘깁니다. ‘단돈 5000원으로 건물주 되기’라는 광고 문구(사진)에 홀랑 넘어가 저도 발을 들였습니다.
그런데 상장 첫날부터 일정이 미뤄지더니 시세도 뚝뚝 떨어지고... 건물주는커녕 작고 소중한 내 투자금마저 날릴까 초조해졌는데요. 그럼에도 아직까지 발을 빼지 않은 에디터의 조각투자 체험기를 앞으로 총 3회에 걸쳐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1화에서는 부동산 조각투자의 기본 구조와 청약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부동산 조각투자는 일단 건물의 소유주가 신탁사에 건물을 위탁하면서 시작됩니다. 이후 신탁사는 이 건물의 가치를 쪼개 수익증권을 발행하고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이하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합니다.플랫폼에서 수익증권을 사들인 투자자는 보유한 지분에 따라 해당 건물의 임대수익이나 매각수익을 배당받게 됩니다. 사실상 건물의 소유권은 신탁사에 있고, 투자자는 건물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권리를 보장한 증권을 갖게 되는 구조입니다.
그럼 전 건물주가 아닌 건가요?(응 아냐...) 갑자기 사기당한 기분이 듭니다. 건물 소유권이 아니라 권리라니...이거 갑자기 사라질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뮤직카우 사태도 떠오르고. 하지만 부동산 조각투자는 증권성 논란을 겪고 있는 뮤직카우 등과는 좀 다릅니다.
일단 증권성을 인정받아 일찌감치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어요. 이 말인 즉슨, 일반 증권과 동일한 자본시장법 규제 아래 투자자 보호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계좌 개설부터 수익증권 발행, 수익증권 유통, 권리 행사 등의 모든 투자 활동이 제도권 규제 아래서 진행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기 어렵죠.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건물의 소유권은 신탁사에 있고, 모든 자금은 신탁 계약에 의해 집행되고 있어 설사 플랫폼이 망하더라도 투자금 관리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에디터가 투자한 건물은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 위치한 안국 다운타우너입니다. 발행증권수 106만주, 발행가액 5000원으로 총 53억원을 모집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배당률은 3% 수준으로(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 매달 배당금을 지급하는 조건이었습니다. 6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청약을 진행했는데 첫날 2시간 만에 조기 마감하면서 흥행에는 일단 성공했습니다. 부동산 조각투자 청약은 일반 공모주 청약과 달리 선착순으로 배정해 빨리 신청하면 원하는 만큼 지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투자한도는 있어요. 일반투자자는 연 2000만원, 소득적격투자자는 연 4000만원으로 투자 자격은 요건에 필요한 증빙서류(앱에서 확인 가능)를 제출하면 변경할 수 있습니다.
청약 결과는 나흘 뒤인 14일에 나왔습니다. 에디터는 아주 소박하게 100만원을 투자해 200주를 받았는데요. 배정 후 증권이 플랫폼에 입고되기까지는 보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상장일. 보유한 증권을 플랫폼 자체 거래소에서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날이죠. 근데 갑자기 상장이 일주일 연기됐습니다. 그것도 상장 당일 아침에요; 사실 배정과 입고 과정에서도 시스템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살짝 걱정됐지만 신생 투자사가 겪는 필수적인 트러블로 생각하고 기다렸어요. 다시 대망의 상장일. 배당을 받는 게 목적이라 팔 생각은 없었지만... 저기요, MZ님들...요새 수제버거 안 먹어요? 이거 왜 이렇게 떨어져? (2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