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으로 시작해서 액션으로 끝내는, 전체의 80% 이상을 액션장면이 차지하는 영화가 나왔다. 5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 ‘카터’다. 의문의 남성 카터(주원)가 의문의 바이러스로 북한과 미국이 초토화된 가상의 한반도에서 유일한 치료제인 한 소녀를 구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 속 액션은 건물 안, 산 속, 기차, 헬기, 심지어 하늘 위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으며, 관객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적과 싸워야 하는 주인공과 한 몸이 된 듯 숨 돌릴 틈이 없다.
영화는 약간의 배경 설명과 함께 기억을 잃은 한 남자가 어느 모텔 방에서 무장한 외국인 요원들에게 다짜고짜 위협 당하는 장면과 함께 시작한다. 별안간 휴대폰 벨이 울리고, 낯선 목소리는 그의 이름이 카터이며, 그 자리를 빠져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휴대폰을 요원에게 넘기는 순간 폭발하고, 그때부터 1인칭 슈팅게임(FPS)을 보는 듯한 액션이 시작된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지시에 따라 모텔 방 창문을 깨고 뛰어내린 공중목욕탕에는 조직폭력배 100여명이 있었다. 카터는 티팬티 하나만 걸친 채 낫 한 자루를 들고 이들과 싸움을 벌인다. 목욕탕을 빠져나와서는 목소리의 지시에 따라 허름한 시장골목과 가게들을 누비며 적들에게서 도망친다. 오토바이를 타고 카체이싱을 벌이기도 하고, 맨몸으로 괴한들과 싸우면서 옥상에서 떨어지는 등 좌충우돌한 끝에 국정원 요원들이 탄 승합차를 타기까지 걸린 시간은 20분 남짓. 모두 원테이크로 찍어서 독특한 영상미를 남긴다.
‘악녀’(2017)로 독특한 액션연출을 보여준 정병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더욱 독창적이고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다. 정 감독은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카터’의 액션을 “거친 수묵화”에 비유했다. 액션 시퀀스마다 360도 액션캠을 동원한 덕분에 원테이크로 찍으면서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카메라워크를 구사한다. 특히 스카이다이빙 액션과 오토바이 액션 장면, 막판 헬기와 기차를 오가며 벌이는 액션은 압권이다. 대부분의 장면은 실제 세트장을 통해 찍어 현장감을 높였다. 주원을 비롯한 출연진은 직접 스카이다이빙을 했고, 헬기 세트는 실제와 똑같은 크기로 제작해서 사용했다.
‘각시탈’ ‘용팔이’ ‘앨리스’ 등에서 다양한 액션을 소화했던 주원은 이번에도 거의 모든 액션장면을 직접 소화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다. 그는 “대본을 보면서 ‘이게 정말 가능한 액션인가’ 했지만 잘 나오면 필모그래피에 엄청난 작품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전했다”며 “촬영 내내 매일이 고강도 액션의 연속이었다. (힘들었던 액션신을) 하나만 딱 꼽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액션 연출의 화려함에 비해 스토리상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등 다른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발견된다. 특히 컴퓨터그래픽(CG) 합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워크가 액션의 스타일리시함을 부각하기보다 어지러움을 유발한다는 반응도 있다. 러닝타임 13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