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약점 부각…우수수 쓰러지는 전동 킥보드 업계 [정혜진의 Whynot 실리콘밸리]


단거리 육상 선수였던 우사인 볼트가 공동 창업으로 참여했던 미국의 전동 킥보드·자전거 공유 서비스 업체 볼트 모빌리티가 지난 달 미국 내 6개 도시에서 예고 없이 서비스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 당국이 정기적으로 공유 모빌리티 회사들과 접촉을 하는 과정에서 영업 중단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고 합니다. 볼트 모빌리티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신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갑작스럽게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근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많은 경우 기존 투자자들이 투자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업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일단 회사는 살리고 봐야 기존에 투자한 금액이라도 건질 수 있는 법이니까요. 다만 기존 투자자들도 투자를 참여하지 않는 경우는 기존 투자자들도 성장성에 대해 큰 회의감을 보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 제공=버드글로벌


1달러 밑으로 떨어진 마이크로 모빌리티 주가


상장사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전동 킥보드 업체 중 최초로 유니콘 반열에 올랐던 미국의 마이크로 모빌리티 기업 버드의 경우 4일(현지 시간) 종가가 60센트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1월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상장 당시 추산된 기업 가치가 23억 달러에 달했는데 현재 시가 총액은 1억 8000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상장 후 주가가 92% 이상 추락한 건데요. 2019년 시리즈D 투자를 받았을 때는 기업 가치가 29억 달러에 달했죠. 이보다 앞서 지난 8월 나스닥에 데뷔한 마이크로 모빌리티 기업 헬비즈의 경우 주가가 59센트 수준으로, 상장 일년 만에 94%가 빠졌습니다. 르네상스 캐피털의 지난 4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PAC 상장을 한 기업 199곳의 평균 주가가 시초가의 11% 상승에 그쳤습니다. 이후 많은 기업들이 주가가 평균 20~30% 떨어졌다는 것을 고려해도 정말 큰 폭의 하락이죠.


고성장 고비용 구조가 발목 잡아


가장 큰 이유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기업의 고성장 고비용 구조인데요. 버드의 경우 지난 1분기(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5400만 달러(약 708억원)로 전년 동기 2390만 달러(313억원)에서 126% 가량 늘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기간 운영 비용은 4320만 달러(약 566억원)에서 1억3660만 달러(약 1792억원)로 200% 넘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매출이 늘어나는 속도 보다 비용이 증가하는 속도가 빨랐던 것이죠. 지난해 전체로 보면 매출은 110% 느는데 운영 비용은 44% 증가했습니다. 그렇다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요금을 무작정 올릴 수도 없습니다. 애초에 틈새 이동을 할 수 있도록 사업 모델을 만든 것인 만큼 짧은 거리에서는 우버나 리프트 등 승차 호출 서비스 보다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대중 교통 1회 이용 요금보다 조금 비싼 수준이어야 하는 것이죠.


최근 실리콘밸리 VC업계에도 플랫폼 비즈니스가 인기가 없다는 말이 공통적으로 나옵니다. 모빌리티 플랫폼의 경우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킥보드나 자전거 한 대당 유지, 관리하는 비용도 늘어납니다. 이전에는 이용자를 확보하는 게 기업의 성장성으로 환산되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인기가 많았다면 클라이언트가 있고 꾸준히 수익원이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디지털 보안 업체가 투자 대상으로 선호된다는 설명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표적인 글로벌 공유 킥보드 업체 라임도 올해 기업 공개(IPO)를 하겠다는 목표를 내놨지만 올해가 3분의 2가 지난 지금도 명확한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태입니다. 오는 15일 공개 되는 버드의 2분기 실적이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잠재력과 지속 가능성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상단의 영상을 통해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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