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월 금융 지원 종료를 앞두고 내놓은 새출발기금의 지원 대상 채권의 원금 감면율을 90%에서 50%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나친 빚 탕감이 부실 차주를 양산하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은행 등 금융기관에는 손실 부담을 떠안기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2일 주요 시중은행 여신 실무자들은 은행연합회에 모여 정부와 신용회복위원회가 보내온 ‘소상공인·자영업자 새출발기금 채무 조정 실행 계획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안은 30조 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조성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층 대출자의 부실 채권을 사들여 채무를 조정해줄 계획이다. 채무 조정의 핵심은 기존 대출을 장기 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하면서 대출금리를 연 3∼5%로 낮춰주고 특히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 차주’의 원금 가운데 60∼90%를 감면해주는 방식이다.
시중은행 실무자들은 정부안의 감면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하며 이번 주 감면율을 ‘10∼50%’ 정도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채무 조정 대상자 범위가 너무 넓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안에서 ‘부실 우려 차주’의 기준으로 ‘금융회사 채무 중 어느 하나의 연체 일수가 10일 이상 90일 미만인 자’가 제시됐다. 결국 열흘만 대출금 상환이 밀려도 채무 조정 대상에 포함돼 연체 이자를 감면 받고 금리도 연 3∼5%로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금 감면율이 90%인 데다 채무 조정 대상자 연체일 기준을 ‘10일 이상’으로 하면 고의로 상환을 미뤄 채무 조정을 신청할 위험이 있다”며 “금융회사의 요주의 대상 차주 요건과 동일하게 ‘30일 이상 90일 미만’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부실 우려 차주 기준으로 △금융회사의 만기 연장, 상환 유예 거부 차주 △6개월 이상 장기 휴업자·폐업자 △연체 등에 따른 기한이익상실 차주 △세금 체납 등 신용정보 관리 대상 등재 차주 △최근 6개월간 5일 이상 연체 횟수 3회 이상인 개인사업자 △개인 신용점수 하위 20% 이하인 개인사업자 등이 제시됐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차주의 은행 간 정보 공유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러다 고의로 연체하려는 유혹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의 부실 우려도 나온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조달금리가 높기 때문에 기존 7∼8%였던 금리를 조정안대로 3∼5%까지 내려주면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금융기관이 판단했을 때 재산이나 채무 상환 능력이 있는 차주의 채권까지 낮은 가격으로 캠코에 강제 매각하라는 것은 금융기관에 일방적으로 손해를 전가하는 불공정 행위라는 주장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캠코의 채권 매입 가격이 현재 채권 가격의 최대 35%로 책정된 것으로 안다”며 “담보대출의 경우 경매나 사후 관리를 통해 60% 이상 회수할 수 있는데도 캠코에 헐값에 팔아 손실을 봐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