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막힌 기업 대출 늘자…금융지주 자본 3조 확충했다 [시그널]

경기침체 우려 A급 기업도 자금난
대출 몰리며 위험가중자산 급증
銀 건전성 하락…기업 디폴트 위험
자본성증권 활용 '땜질 처방' 나서



금융지주들이 올해 잇따라 영구채를 발행하면서 자본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업 대출이 급증한데다 이자 부담으로 채무 불이행 위험이 크게 늘어날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올해 발행한 자본성 증권은 이미 지난 한 해 발행한 규모를 넘어섰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는 이달 17일 각각 최대 5000억 원, 4000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이미 지난 6월과 7월 4000억 원과 30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처음으로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하다가 발행 금리가 예상보다 높아지자 철회하기도 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등 4대 금융지주들이 올해 발행한 자본성 증권은 지난달 말 기준 2조9700억 원 규모다. 이번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를 포함하면 지난 한 해(3조550억 원) 규모를 훌쩍 넘어서게 된다. 자본성 증권이란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조건부 자본증권 등 회계 처리 상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는 채무증권이다. 부채의 성격이 크고 상대적으로 지급해야 할 금리도 일반 회사채보다 높아 비용 부담이 적지 않지만 발행액을 모두 자본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어 재무구조를 일시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금융지주들이 공격적으로 자본확충에 나서는 것은 올해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위험가중자산이란 금융사가 보유한 자산을 신용도, 담보 유무 등 위험가중치에 따라 재계산한 것으로 돌려받을 가능성이 적은 대출 채권일수록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된다. 금융지주들의 위험가중자산은 올해 상반기 기준 1044조8947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5% 늘어났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올해 A등급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영향"이라며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선회하면서 은행권의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말 기준 NH농협을 포함한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94조6363억 원으로 지난해 연말 대비 12조2271억 원 증가한 반면 회사채 발행량은 5조5300억 원에서 3조7000억 원으로 33% 줄었다.


자본 적정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떨어졌다. KB금융의 BIS비율은 지난해 말 15.77%에서 올해 상반기 15.64%로 하락했다. 신한금융은 16.2%에서 15.87%로, 하나금융은 16.29%에서 15.86%으로 내렸다.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우리금용은 15.1%에서 14.2%로 떨어져 금융당국의 권고치(14%)에 근접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금리를 몇 차례 더 올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채무자들의 채무 불이행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현금을 구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데다가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을 이용해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한 과다 채무자가 많다고 봤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유동성 문제와 부채 문제가 결합된 상황인 만큼 은행들이 추가 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적립하고 자본을 더 확충해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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