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직원 자르고 챗봇"…핀테크, '고액연봉' 칼바람

■ 개발자 '임금 인플레' 부메랑
1년도 안돼 치솟은 연봉 감당하려
일반직 직원들 줄여 인건비 충당
중소 핀테크업체는 생존마저 위협



빅테크의 돈잔치에 덩달아 임금을 올렸던 핀테크 업체들이 불과 1년도 안 돼 고연봉 부메랑으로 휘청이고 있다. 일부 업체는 개발자의 고연봉을 견디다 못해 비개발 업무를 자동화하며 직원들을 내보내고 있다. 고객 상담 업무를 인공지능(AI) 챗봇으로 교체하고 개발 업무도 사용자인터페이스·경험(UI·UX) 부문 등은 부득이하게 하청으로 돌렸다. 빅테크·중소형사 등 다수가 뛰어든 간편결제 시장의 경우 ‘질 좋은 개발자’ 확보가 필수지만 이들의 고연봉을 감당하려면 비개발 직원들을 줄여 인건비를 충당할 수밖에 없다. 간편결제 업체인 A사 대표는 “이제는 개발자의 임금이 워낙 높아져 더 이상 올려줄 수가 없다”며 “현금성 복지 등 선물을 안기고 야근도 없애는 등 차선책을 찾고 있다”고 토로했다.


7일 핀테크 업계에 따르면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일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채용 규모를 줄이며 효율화에 나선 상태”라고 밝혔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역시 이달 초 “비개발 인력 채용 계획을 축소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빅테크도 평균 연봉이 ‘억대’로 뛰면서 뒷감당이 되지 않는 상황인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와 카카오의 1인 평균 연봉은 남자 직원 기준 1억 7700만 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47% 뛴 규모로 스톡옵션이나 현금성 복지까지 합하면 액수는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두나무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남자 직원 기준 4억 6300만 원이었다.


이 같은 개발자 ‘임금 인플레이션’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핀테크 업체의 생존을 위협한다. 금리 인상, 투자시장 침체, 물가 상승 등 국내외 경기변동성에다 개발자의 고임금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빅테크와 핀테크의 임금 양극화로 실력 좋은 개발자를 잡을 수도 없다. 지난해 핀테크 상장사(웹케시·쿠콘·줌인터넷)의 남자 직원 평균 연봉은 5767만 원으로 네이버와 카카오의 3분의 1 수준이다. 채용 플랫폼 원티드랩 데이터 따르면 5일 기준 개발자 전체 직군의 경력 3년 예상 연봉은 4197만 원에 불과하다. 한 핀테크사 대표는 “개발자 고임금을 계기로 핀테크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도 이미 투자금을 확보해 자금 사정이 나은 업체와 자금난을 겪은 업체 간의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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