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뉴욕 증시는 겉보기에는 조용한 모습이었습니다. 전주, 그러니까 7월 마지막주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앞으로 금리를 세게 올리 지 않고 점점 비둘기가 되어 갈 것이라는 낙관론을 바탕으로 랠리를 펼쳤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우선 나스닥은 지난 금요일 1만2657.56으로 마감해 주간 기준 2.2% 올랐습니다. S&P 500도 0.3%, 소폭이긴 하지만 주간기준 상승 마감했습니다.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금요일 3만2803.47로 거래를 마무리하며 주간 실적은 -0.1%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이 주간 2% 대 올라 선방했지만 전체적으로 큰 변동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지수가 다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상승·하락 폭은 적었지만, 물밑의 투자심리는 지난 한 주간 급격히 변했습니다. 주 초반 투자자들이 여러 소식을 해석하는 방법은 이전과는 달랐습니다. 그동안 월가의 뉴스 해석 기준은 '그래서 연준이 어떻게 움직일거냐' 였다면, 지난 주 초반에는 '그래서 경기가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 였습니다. 심지어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 조차 증시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앞으로 나올 수치에 큰 변동이 없는 이상 연준의 긴축 행보 완화는 기정사실이라고 시장이 전제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주 후반들어 7월 고용보고서가 나오자 '연준 비둘기론'은 쏙 들어갔습니다. 이제 다시 경기 침체보다 인플레이션이 화두고, 연준의 금리 인상폭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당장 이번 주 시장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주의 뉴스와 시장의 흐름을 간략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1일 월요일>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52.8
-예상치 52.1, 전월(6월)치 53.0, 2020년 6월 이후(52.4) 최저치
△세부항목
-ISM 가격지수 : 전월 78.5→ 7월 60
: 22.1포인트 빠졌던 2010년 6월 이후 1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코스타, 2분기 평균 아파트 임대료
-전년 대비 9.4% 증가. 앞선 2개 분기 증가율(11%) 보다 하락
▶증시 결과
S&P 500 -0.28% / 다우존스 -0.14% / 나스닥 -0.18%
ISM의 PMI는 제조업 둔화 신호였습니다. 특히 가격 지수가 하락하는 데 외신들도 주목했는데요, 이 수치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급 상황이 완화하면서 비용이 감소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을 수 있다는 새로운 신호”라고 평했습니다.
코스타의 2분기 아파트 임대료 상승세 둔화도 결국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로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신호, 제조업 둔화 신호는 통상 연준의 긴축 행보를 완화하는 신호라는 점에서 통상적으로 증시는 오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날은 의외로 달랐지요.
이에 월가에서는 '전주의 랠리 이후 상황을 시험한다'는 시각과 함께, '투자자들이 연준의 행보보다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것'이란 해석이 같이 나왔습니다. 헤지펀드 크레스캣 캐피털의 케빈 스미스 CIO는 “인플레이션은 너무 높고 연준이 너무 뒤처져 있어 마이너스 성장이 매우 길어질 수 있으며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2일 화요일>
◇미 노동부 6월 구인구직 보고서 → 경기 둔화신호
-구인건수 1070만건, 전월 대비 60만500건(5.4%) 감소, 시장전망치(1114만 건) 하회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만에 최저 구인
◇연준 관계자 발언 → 긴축 강화 시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아직 근처에도 못갔다. 긴축 완화는 근거를 모르겠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 "금리 고점은 올해가 아니라 내년"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금리가 다직 필요한 만큼 높지 않다"
▶증시 결과
S&P 500 -0.67% / 다우존스 -1.23% / 나스닥 -0.16%
6월 구인이 줄어든다는 것은 경기 둔화 신호입니다. 통상적으로는 연준의 긴축 행보를 완화한다는 해석으로 이어져 증시 상승의 요인이 됩니다.
다만 이날은 연준관계자가 매파 발언을 쏟아낸 영향이 조금 더 컸습니다. 특히 메리 데일리, 찰스 에번스 연은 총재는 연준 내 비둘기 파로 꼽힙니다. 아메리벳증권의 그레그 파라넬로는 “데일리 총재 같은 비둘기조차 아직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며 “이들의 발언은 시장 약세의 요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날 까지 연준이 앞으로 긴축 행보를 완화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은 계속됐습니다. 연준 인사 네명이 몰려들어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0.5%포인트로 인상폭을 완화한다는 시각이 59%로 0.75%포인트 인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확률(41%) 보다 더 높았지요. 이는 시장이 확실이 연준의 비둘기 행보를 전제로하고 있었다는 방증입니다. 매파 발언이 큰 파장을 미치지 못하고 연준의 긴축우려보다 경기 침체의 강도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한편 이날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지정학적 우려도 반영됐습니다만, 월가에서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3일 수요일>
◇연준 관계자 발언 :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시장은 내년에 인플레이션 꽤 빠르게 내려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은 이부분에 대해 틀려왔다"
-"연말 3.75~4.00%의 기준금리가 필요하다."
◇ISM의 비제조업(서비스업) PMI 56.7
-예상치 52.1, 전월(6월)치 52.8, 2020년 6월 이후(52.4) 최저치
◇6월 공장수주 2% 증가한 5552억 달러
-전월 상승률(1.8%)보다 상승세 증가
▶증시 결과
S&P 500 +1.58% / 다우존스 +1.29% / 나스닥 +2.59%
시장의 뉴스 해석이 달라졌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 하루 였습니다. 연준 매파인 불러드 총재의 강한 긴축 지지 발언에도 나스닥을 올랐습니다. 그가 연말 3.75%~4.00%가 필요하다고 한 발언의 의미는 남은 세차례의 FOMC에서 연준이 현재 수준(2.25~2.50%)보다 1.5% 포인트를 더 올려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이는 시장 예상치보다 0.5%포인트 더 높은 것입니다. 시장은 3일 당시까지만해도 9월 0.5%포인트, 11월 0.25%포인트, 12월 0.25%포인트 인상을 전망하고 있었습니다. 세 차례 합쳐서 총 1%포인트였죠. 불러드 총재의 발언대로 연준이 올린다면 세차례 다 0.5%포인트를 올리거나, 적어도 한차례는 0.75%포인트를 올려야 한다는 의미지만 시장은 개의치 않고 상승했습니다.
특히 ISM의 비제조업 PMI, 6월 공장 수주 데이터 모두 생각보다 경제가 강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데이터였습니다. 오렌 크라흐킨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착륙을 달성할 수 있는 길이 좁아지고 있지만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올해는 침체를 막을 수 있는 정도로 충분히 강하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평상시 대로라면 연준이 경기 침체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금리를 더 많이 올리겠다는 쪽으로 해석이 됐지만, 이제 시장에서는 "경착륙을 피할 수 있겠다"는 쪽으로 해석했습니다. 과거 배드뉴스(경기침체)가 굿뉴스(연준의 긴축 둔화 가능성)으로 해석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굿뉴스(경기호조)가 굿뉴스(연착륙 가능)로 해석되는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4일 목요일>
◇7월 마지막 주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26만건
-연중 최고치인 26만1000건에 근접, 지난해 11월 이후 최다 수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총재
-"9월 0.5%포인트의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지만 0.75%포인트 인상도 비합리적인 수준이 아니다"
▶증시 결과
S&P 500 -0.08% / 다우존스 -0.26% / 나스닥 +0.81%
이날은 기존의 시각을 유지하면서 혼조세를 보인 날이었습니다. 연준 관계자의 발언에도 고용의 약화 신호에도 크게 반응 하지 않았습니다. 데이터트랙의 니콜라스 콜라스는 고객 노트에서 "지금 장세는 올해 상반기 '데드캣바운스' 보다는 확실히 나아진 것 같다"면서도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통화정책 그램이 명확해 질 때까지 위험-수익 균형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하고 기다리는 게 타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초점은 이미 다음날인 5일 금요일에 나올 고용보고서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5일 금요일>
◇미국 7월 고용보고서
-신규 일자리 52만8000개, 예상치 25만8000개
-실업률 3.5%, 예상치 3.6%
▶증시 결과
S&P 500 -0.16% / 다우존스 +0.23% / 나스닥 -0.50%
7월 고용보고서는 시장을 깜짝 놀래키는 수치였습니다. 일자리가 예상치의 2배 넘게 만들어 졌고, 실업률은 1969년 이후 최저치 였던 2020년 2월과 같았습니다. 고용시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은 크게 빗나갔습니다.
이날 고용보고서가 지난 주의 가장 중요한 데이터로 꼽혔던 이유는, 연준이 앞으로 행보를 결정하기 위해 보는 핵심 데이터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파월 의장은 앞서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데이터를 보고 9월 금리 인상폭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9월 FOMC 이전까지 나올 데이터 중 가장 중요한 지표를 꼽자면 결국 고용과 인플레이션입니다. 크게 네 개 인데요, △7월 고용보고서(8월 5일) △7월 CPI(8월10일) △8월 CPI(9월13일) △8월 고용보고서(9월2일) 입니다.이 가운데 첫번 째 데이터가 열린 것입니다. 이날 결과로 이제 연준이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금리를 크게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무색해졌습니다. 특히 고용보고서를 계기로 시장의 금리 인상 전망이 확 바뀌었는데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연준이 9월 0.75%포인트를 인상할 확률은 68.0%이며 0.5%포인트 인상 확률은 32.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분위기가 급반전 했습니다.
JP모건은 이날 "고용보고서 발표이후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은 누그러들고 대신 연준이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며 9월에 75%포인트 인상에 이어 11월과 12월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고용보고서는 좀 더 깊이 봐야할 것 같습니다. 연준의 의무, 본업은 '고용을 튼튼히 유지하면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7월 보고서는 '고용이 튼튼해서 물가에만 집중하면 되겠다'는 수준을 넘어 '고용이 지나치게 타이트해 물가를 자극한다'는 수준입니다.
표를 보시면, 일자리는 늘어나고 실업률은 역대 최저치를 다시 찍었습니다. 이는 구인 수요는 많고, 사람들도 많이 일터로 나섰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실업률은 구직 활동을 포기한 사람은 아예 제외하고 산정합니다. 이에 함께 봐야 하는 것이 경제 활동 참가율인데요, 경제활동참가율은 15세~64세 인구 중에 일을 하고 있거나, 당장 일을 하지 않더라도 계속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입니다. 이수치는 코로나 이전 63.40% 였는데, 코로나 직후인 2020년 4월 60.10%까지 떨어졌습니다. 이후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일자리는 많지만, 노동현장을 떠난 이들 중 상당수는 일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구직을 포기한 채 살고 있으며, 남은 사람들만으로 이 일자리를 채우려니 실업률은 낮아지는 분위기 입니다.
이는 결국 필요한 일손은 많은데, 일 할사람은 다 하고 있으니 사람을 구하려면 임금을 더 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시간당 평균임금도 7월에 5.2%로 늘었습니다. 임금이 늘면 이 자체로 인플레이션 가속 요인이 될 수 있어 연준이 주목하는 수치입니다. 결국 지금은 고용이 탄탄하다는 수준을 넘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수준까지 타이트해졌기 때문에, 7월 고용보고서만으로도 연준이 긴축을 강화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지난주는 증시는 이렇게 고용보고서를 끝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현재 다음주의 일정 가운데 시장이 주목하는 뉴스는 10일로 예정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 입니다. 지난달에 전년대비 상승률 9.1%가 나오면서 1%포인트 인상론이 일기도 했었지요. 현재 예상은 8.7% 상승입니다. 과연 6월이 정점이었을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할지, 시장을 안심시킬 수준으로 더욱 크게 하락할지 선택지는 열려있습니다.
일단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미국내 휘발유 가격이 하락하는 점은 완화요인입니다. 기름값과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더욱 오른다는 것이 시장의 예상입니다. 전월 5.9% 였는데요, 현재 7월 전망치는 6.1% 입니다. 근원 수치가 오른다면 연준 입장에서 긴축을 완화할 근거로 삼긴 어려워 보입니다.
주말 새 이와 관련한 연준 인사의 새로운 발언도 나왔는데요.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캔자스 은행가협회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기대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징후는 거의 없다. (반대로) 음식과 주택, 연료, 차량 등 필수품들의 가격이 내년까지 고공행진할 커다란 위험이 있습니다."
이래 저래 다음주에 나올 뉴스도 투자자가 안심하긴 어려울 수 있겠습니다.
아래는 참고하실 수 있는 다음주의 주요 일정입니다.
<8일 월요일>
◇실적
AIG, 테이크투인터렉티브, 소프트뱅크, 엘란코 애니멀 헬스, 3D시스템스, 클로비스 온콜로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바릭골드, 비아트리스, 테그나, 바이온텍, 메리어트 베케이션스, 애코(ACCO) 브랜즈, 인터내셔널 플레이버스&프레그런스, 캐보트, 그루폰, 메사 에어, 암박 파이낸셜, 타이슨 푸드, 파티시티, 원오케이
<9일 화요일>
◇실적
카프리 홀딩스, 아라마크, 코인베이스, 윈 리조트, 아카마이, 랙스페이스, 하야트호텔, H&R블록, 트리바고, 바슈 헬스, 다인 브랜드, 랄프로렌, 노르웨이지안 크루즈라인홀딩스, 시스코, 플래닛 피트니스,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레이놀드 컨슈머 프라덕츠,
◇일정 및 연설
오전 6:00(한국시간 오후 7:00) NFIB 중소기업조사 (예상치 89.5)
오전 8:30(한국시간 오후 9:30) 비농업부문노동생산성(예상치 -4.6%)
<10일 수요일>
◇실적
월트디즈니, 폭스, 혼다자동차, 웬디스, 범블, 잭인더박스, 바카사, 비지오, 사이버아크 소프트웨어
◇일정 및 연설
오전 8:30(한국시간 오후 9:30) 소비자물가지수(CPI) (예상치 8.7%)
오전 10:00(한국시간 오후 10:00) 도매 무역 판매
오전 11:00(한국시간 11일 새벽 0:00)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 연설
오후 2시(한국시간 11시 새벽 3:00)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연설
<11일 목요일>
◇실적
지멘스, 카디널 헬스, 헤인즈브랜즈, 캐나다구스, US푸드, 와비 파커, 브룩필드 에셋 매니지먼트, 일루미나, 리비안, 포쉬마크
◇일정 및 연설
오전 8:30(한국시간 오후 9:30) 신규 실업수당 청구
오전 8:30(한국시간 오후 9:30) PPI
<12일 금요일>
◇일정 및 연설
오전 8:30(한국시간 오후 9:30) 수입 물가
오전 10:00(한국시간 오후 11:00) 소비자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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